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 지난 백 년간의 중국인의 삶과 역사
후지이 쇼조 지음, 김양수 옮김 / 지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중국영화는 정치적 환경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작자는 이런 중국 영화의 특성을 좋아하고 이는 그가 좋은 중국 영화와 그렇지 못한 중국 영화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일본인들은 대륙적인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강한 편인데, 저자 역시 이런 경향이 있어 텐좡좡의 '말도둑'(1986)의 매력에 푹 빠진다. 텐좡좡이 그리는 20년대 티벳이란 공간의 낭만적 대륙성은 이내 '마오쩌둥 문체로부터의 자립'으로 이해된다.

중국 역사의 다이나믹한 부침, 그 속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땅의 사람들을 표현한 영화들에 매료되고 그런 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영화들은 비판받는다. 첸 카이거의 '현위의 인생', '패왕별희'는 작가의 진리를 포장하기 위해 역사를 수단으로 삼은 졸작으로, 후샤오시엔의 '비정성시', 에드워드 양의 '꾸링(고령)가 소년살인 사건' 등은 중국의 삶과 역사에 뿌리내린 진정성있는 걸작이 된다. 그리고 장이오무의 '붉은 수수밭'은 많은 비판 - 역사를 원초적 생명력으로 추상화한다 - 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마술적 리얼리즘으로서 저자에게 선호된다.

중국에 대한 정형화되고 평준화된 인식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삶을 구체적으로 따르면서 그것의 영화적 형상화를 추적하는데, 이런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중국 현대 역사에 대한 '두껍게 읽기(thick reading)'를 돕는다. 덧붙여 영화와 함께 중국 현대사가 주제별로 다양하게 소개되고, 따로 중국사에서 중요한 에포크적 사건들을 따로 색션을 두어 요약하고 있는 점도 중국사 초보자들게는 좋다.

참고로 이 책과 함께 항일기 상해에서 영화 황제로 통했던 조선인 배우 김염을 다룬 <상하이 올드 데이즈>를 추천하고 싶다. 이 역시 중국사 속의 조선 독립 운동사와 혁명 전후의 상해 영화계를 주인공의 육성을 듣듯이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 후지이 쇼조의 영화관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현실문화 연구의 <지아장커 중국영화의 미래>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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