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 비극과 고대 그리스 정치 - 김상봉은 고대 그리스 비극을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민주정과 뗄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강조한다. 영웅서사시의 인륜적 보편성과 서정시의 개인적 주체성이 통합된 것이 그리스 비극이다. 폴리스 공동체가 직면한 공동체의 이상과 개인적 자유 사이의 충돌을 환기시키며, 그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고통을 형상화한다. 그리스 비극을 통해 그리스 자유시민은 정치를 경험한다. 시, 정치, 군사가 하나였던 시대의 예술인데, 이점은 카타르시스효과의 부정적 일면을 경험한 (그래서 소외효과를 발명한) 현대 독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모델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예술과 정치는 분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정치가 협상모델이나 계량적 분석 단위로 다뤄지는 것이 과연 얼마나 옳은 것일까? 나는 어느 쪽에도 선뜻 손을 올려줄 수가 없을 것 같다. 2) 그리스 비극 이론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에 대한 해석 - 니체 對 김상봉 - 니체는 고통과 카타르시스를 자기동일성 속의 영웅적 자기확인을 위한 것으로 개인화했다면, 김상봉은 개인적 주체를 너머 보편적 주체로 업그레이드(확장)되기 위한 요소로 파악한다. 니체는 고통의 보편화가 빌어먹을 기독교의 유산으로, 그가 살던 시대의 만연된 병증인 데카당스의 원인균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김상봉은 고통을 보편적으로 인식함은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개인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함과 세계에 참여함를 부추키는 에너자이저라고 여긴다. 3) 철학에 대한 다른 비유 - 플라톤식의 빛을 향해 올라가는 철학 對 김상봉의 어둠을 탐색하며 내려가는 철학 - 진리란 어둠을 모두 씻어낸 유일한 빛이 아니다. 진리란 슬픔(어둠) 속에서 서로 만날 때 가능한 것이다. 진리를 원한다면 이 만남을 온전히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슬픔의 해석학). 전체적으로 김상봉이 보는 서양철학의 한계는 자기 혐오와 자기 극복, 그리고 자기 만족 사이에서 맴도는 폐쇄성이다. '자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어떤 처방을 내려도 호전은 기대할 수 있겠으나 원인 치료는 되지 않는다. 김상봉이 보기에 '자기'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타자의 고통과 슬픔'이다. 타자의 혹은 인류의 고통과 슬픔 앞에서, '자기'에 눌려 고통받던 자기자신이 해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