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을 하지 않기 위한 영어번역사전
고노 이치로 지음, 엔터스 코리아 옮김 / 클레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번역이란 작업은 매우 공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작업이란 사실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번역은 분명 두 개의 공통어를 연결시키는 공적 작업이지만, 실상 그 작업의 세밀한 결들을 들춰보면 매우 사적인 경험과 정감, 뉘앙스 등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식적으로는 번역에 있어서 이런 사적 개입은 치명적 오류를 일으킨다고 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런 사적 개입이 없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거나 엉뚱한 오류를 발생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번역이란 단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주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 공동체와 다른 언어 공동체를 서로 겹쳐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리라.

처음에 이 책에 마음이 끌렸지만 일본인이 쓴 책이라서 망서릴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인이 보는 영어와 한국인이 보는 영어는 어떻게해서든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아닐까? 그런 차이를 감안한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일단 읽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일본어적 감수성과 한국어적 감수성이 다른 어떤 언어들보다 더 가깝기 때문일까? 여하튼 일본인이 일본인 번역자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한국 인이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사전이란 공적인 면과, 에세이라는 사적인 면이 잘 버무려진 그래서 더욱 두덥고 시사해주는 바가 많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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