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 Kafka Franz
박홍규 지음 / 미토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제까지 카프카는 단독자, 혹은 현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고독과 소외, 불안의 재현자 따위로 그려져 왔다. 이런 초상은 인간의 삶은 사회에 대하여 숙명적이고 수세적으로 표상된다. 저자 박홍규의 불만은 거기에 있다. 카프카가 한국 독문학계의 자폐적이고 순응적인 성향과 맞물리면서 실존주의적 우상으로 등극한 듯 하여 실망스러워 한다. 그 외에 유태 시오니스트들에 의해 유대 신비주의 작가로 민족 종교적으로 해석되거나 섯부른 동서양 이분법을 전제로 카프카가 동양과 서양이 만나 형성되었다는, 또 다른 형태의 유사 신비주의적 해석에 대해서는 카프카가 본래 지니고 있던 사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증으로 들면서 해석자의 '반사회적' 태도를 카프카에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덧붙여 마르크스주의 일각에서 카프카를 부르조아 모더니스트로 일갈하여 폄하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박홍규의 카프카에 대한 해석은 에른스트 피셔나 질 들뢰즈의 해석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박홍규에 의해 그려지는 카프카는 좀 더 지적으로 명석하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자로 그려진다. 그는 어떤 뚜렸한 정치적 행동으로 그런 저항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권력, 국가, 정부, 쁘띠 부르조아적 관료주의에 저항했으며, 그런 일관성을 통해 저자는 그를 아나키스트라고 불릴만하다고 평가한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여타 해석들, 예를 들어 문학주의자적 해석이나 철학적 해석, 맑시스트들의 해석, 유사 오리엔탈리스트들의 해석들이 점점 억지스럽게 들리게 되었다.

또 하나 이 책의 미덕은 카프카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내부에서 독일인들과 함께 체코인들 속에 뭍혀 사는, 독일어권 유태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적 복잡성과 역동성, 입체성 속에서 카프카를 제대로 위치시켰을 때 우리는 카프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상식적 인상 - 어둡고 폐쇄된 연민스런 인간이란 인상 - 은 사라지고 좀 더 역동적이면서 저항적이고 쾌활한 인간을 보게 된다. 역시 내가 알고 있던 카프카는 독일문학 전공자의 어두움 정신 세계가 영향을 미쳤던 탓이었을까? ^^

여하튼 이 책은 카프카에 대한 박홍규라는 개인의 확고한 주관이 뭍어나는 힘있는 책이다. 일독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에 서너 권의 전기를 동시에 출간하는 다작의 작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책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비문과 오탈자가 난무한다. 그리고 책 초반의 맹렬함에 비해 종결은 좀 졸렬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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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1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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