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에 눈먼 미국 - 어느 보수주의자의 고백
데이비드 브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와숲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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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위기 이전에 한국은 폐쇄된 나라였다. 외국 언론이 우리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던 그건 그네들의 사정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가끔씩 제한적으로 또는 곡해되는 방식으로 한국 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기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외환 위기라는 전례없는 위기를 경험하고 난 후 우리는 외국 언론, 특히 미국의 언론에 아주 예민한 귀를 가지게 되었다. 얼마전에도 전경련이 노무현 당선자를 '사회주의'라고 칭한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한 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나름대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자폐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외국에서 들려오는 각각의 신호에 대해 분별력을 기르지 못했다. 월 스트릿 저널과 네이션의 차이를 모르고, 타임과 뉴스위크의 차이를 모르며, 또 각 신문사 내에서 다른 성향의 기고자들이 동시다발로 글발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에 무지했다. 외국의 소리는 무조건 신의 소리처럼 떠받들기 바빴다는 것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다행히 요즘에는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분별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소스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윌리엄 크리스톨이란 칼럼니스트가 어떤 성향의 작자인지 과거에 누가 관심이 있었겠냐만은 이제는 그 성향을 분별하고 그가 어떤 환경과 인맥 속에서 활동하는 작자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본 저서는 미국 우익 언론들의 지형도를 내부로부터 시시콜콜하게 살펴보게 해주는 소스 역할을 해준다. 역자는 친절하게 부분 부분 미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과 정치인들, 학자들, 민간 연구단체들, 민간 사회단체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잊지 않고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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