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란 누구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9
노서경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외부에서 많이 유행하는 프랑스 지식인들, 예를 들어 알튀세르, 사르트르, 퐁티, 라캉, 푸코, 데리다 등은 과연 얼마나 지식인다운 걸까?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지닌 이 책은, 그러나 그 유행하는 지식인들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저자가 설정한 지식인의 부류, 혹은 참다운 지식인의 부류에는 이들은 별로 끼여들 일을 하지 못했던 듯 하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의 지식계는 다른 서방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페쇄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논리실증주의부터 생물학, 심지어는 소련의 꿀락과 같은 잔인한 전체주의에 대한 자각까지 언제나 다른 나라들보다 두어 걸음 이상 늦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다루는 지식인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 그들은 우선 현실문제에 대해 아카데미즘적 거리두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펜을 묘사나 분석용 붓이 아니라 저항의 칼자루로 삼은 사람들이다(페르낭 펠루티에르 보아라). 30년대 전유럽적인 파시즘 열풍 속에 알듯 모를 듯 숨어서(싸르트르롤 기억하라!) 살지 않고 감히 그들에 저항했다(앙드레 지드를 보아라). 이 책은 전통 좌파를 공격하며 돈벌이를 했던 '포스트모던적' - 그들이 원하지는 않는 명칭이겠지만 - 프랑스 지식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프랑스 전통 좌파의 실천을 이끌고 보좌했던 지식인들, 그리고 다양한 군국주의와 비시정권애 노골적으로 저항했던 반파시즘 지식인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은 우리의 귀에 낯설다. 왜 그럴까? 프랑스 사상 전문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형국인데, 왜 맨날 푸코, 들뢰즈, 라캉 타령 뿐일까? 여기 거론된 지식인들의 이름이 그대의 눈에 낯설다면 그대의 프랑스관에는 뭔가 콩꺼풀이 씌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