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몬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영언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간단한 공식을 떠올려 보자.

<인간-털=원숭이> 혹은 <원숭이-털=인간>

이건 맞는가 틀리는가? 저자는 이 선세이셔널한 책을 통해 인간의 동물적 요소에 대해 사람들이 좀더 이해하기를 바랬을 뿐, 인간을 동물로 환원하라는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과 원숭이(동물)가 단지 '털'로 대표되는 물리적 차이만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독자들 편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신성모독으로 여기는 종교인들의 반응만큼이나, 거꾸로 이 책을 인간을 본질적으로 정의하는 원리로 받아들이려는 유사 종교적 반응도 넌센스이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 이 책과 관련해서 나는 특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두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건 속에 빠져있는 여자들이 이런 류의 책에 금새 빠져드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녀들은 자신의 자율성을 냉철한(?) 과학의 이름으로 포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동물행동학자들이나 유전자결정론자들도 이런 류의 실수를 자주 범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찰내용을 의인화시켜 인간세계에 부주의하고 무리하게 적용시키는 발언을 가끔씩 한다. (이 책에서도 가끔씩 그런 비약이 존재한다. 독자를 가르치겠다는 욕망의 과잉때문일까?) 인문학자들이 과학철학 내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이용해서 과학의 정당성을 흔들고자하는 시도가 넌센스인 만큼 자연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발견을 인간의 사회, 제도, 문화로 비약시키는 것도 넌센스다. 일종의 두 문화(혹은 두 학문)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인 듯 한데, 이 싸움에 순진한 독자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인간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기회를 준다면 그 자체로 아주 유익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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