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위한 변명
이용관 / 시각과언어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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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비평이 가장 힘써야 할 일은 '저주받은 명작'을 찾아 밝히고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 세계관의 창조라는 좀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도 포함한다) 그러나 요즘 현실을 꺼꾸로 가서 '각광받는 졸작'에 아기자기한 리본장식을 달아주는, 어떤 의미에서 마케팅의 부속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문학비평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논쟁의 거친 수면 위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지만 영화비평계에서는 모양새가 좀 우습다. 논쟁할 비평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이용관은 7-80년대 한국영화의 몰락을 표현에 대한 압제와 자본의 불충이라는 점보다는 비평의 부재에서 찾고 있으며 본서는 그런 문제의식으로부터의 자기 화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관이 영화를 다루는 방법은 이론적 성향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자체를 꼼꼼하게 읽는 일에 몰두한다.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에 몰두한다. 그리고 섣불리 큰 그림으로 점프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인다. 그는 작가(작품)와의 내밀하고 꼼꼼한 대화에 치중하고 관객과 작품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작품 바깥에 대해서는 비평사나 영화사의 관점에서만 다가갈 뿐이다. 이런 태도는 비평가의 철학 부재로 느껴질 수도 있다. 비평가란 '잘 읽는 사람'의 수준은 넘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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