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진중권 지음 / 푸른숲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진중권씨의 패러디 솜씨는 알아주어야 한다. 아마 전에 내놓은 책의 타이틀이 <한 줌의 부도덕>이었다. 아도르노의 <한 줌의 도덕>을 패러디한 거다. 아도르노의 자못 육중한 모더니즘적 톤에 비해서 가볍고 포스트모던(?)하다. 아도르노가 미쳐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한 줌의 도덕으로 버티는 고민많은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진중권은 한 줌도 안되는 꼴통들과 패거리들에 의해 온 나라를 미쳐돌아가게 하는 한심한 꼴을 조소하고 전복했다.

그 패러디의 기조는 <폭력과 상스러움>에서도 이어진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을 패러디했다. 지라르는 희생양만들기라는 폭력을 통해 세워지는 성스러움(혹은 자기 동일성)을 다룬다면, 진중권은 우리 사회의 폭력과 그것이 구현하는 상스러움에 대해 다룬다. 르네지라르나 아도르노가 '근대의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다룬다면 진중권은 탈근대는 커녕 근대에도 이르지 못한 한국의 전근대가 어떻게 근대의 이름표들과 불륜을 벌이는지 간단하게 파헤친다. 방법은 간단하다. 연막을 헤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근대인 척 하지만 그게 다 연막이고 핵심에는 전근대적 요소에 의해 지탱되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게 아직 '근대'란 '귀찮은 것'이다. 일본인들 중 일부가 식민지와 전쟁책임을 외치는 아시아인들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금방 '탈근대'에 열광한다. 진중권이 말하는 바는 다른 게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라!' 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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