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중파 매체를 통해 번져간 동양학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찝찝함도 짙게 배어있었다. 동양열풍에 서양철학자들이 사시눈을 뜨고 바라봤고 교수신문 등과 같은 매체를 통해 상호비판이 오고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학계는 그런 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듯 하다. 예전에 스노가 말한 '두 문화' 격으로 우리에겐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란 비무장지대가 가로놓인 '두 문화'였을 뿐이기 때문일까? 의욕적인 소장 철학자 이정우 선생의 비교철학적 접근은 그를 강단에서 밀어내도록 하는 압력으로까지 작용했었던 일이 생각난다. 언제나 철학에서 '비교'란 보편을 추구하는 철학의 속성 상 어쩔 수 없이 주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 책에서 김용석 선생과 이승환 선생 사이의 대화 속에서 치열한 비판과 반박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독자로서 그런 면을 바랬지만 이승환 선생의 공격적 자세에 대해 김용석 선생은 '...도'의 정신으로 평화로운 절충을 시도하려 한다. 덕택에 책은 아주 건전해졌고 동시에 평범해졌다. 이승환 선생의 공격도 서양철학을 너무 거칠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몰고가서 그리 수긍할 만한 것이 못되었던 듯 하다. 혹시 동양과 서양이란 말 자체가 너무 외연이 큰 건 아닐까? 그래서 이렇게 힘이 빠진 것은 아닐까?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책이다. 비슷한 시도를 이 출판사에서 다시 한다면 좀 더 논쟁적인 접근을 해서 읽는 이를 긴장시켜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