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4
김융희 지음 / 책세상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레지즈 드브레는 그의 저서 [이미지의 삶과 죽음]에서 이미지의 역사를 로고스페어, 그라포스페어, 그리고 비데오 스페어의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로그스페어의 단계에서 이미지는 죽은 자의 세계, 혹은 이 세상 너머의 차원을 담는 주술적 의미를 띠고 있다. 그러나 그라포스스페어의 단계에서 이미지는 예술작가의 천재적 심미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며, 로고스페어 단계에서 이미지가 지녔던 존재적 위상은 사라지고 이미지는 하나의 사물, 즉 작품이 된다.

그러다 20세기들어 비데오스페어의 단계에서 이미지는 존재도 사물도 아닌 시뮬레이션이 된다. 영원한 존재도 아니고 불멸의 사물(작품)도 아니라 오직 순간적인 현실(혹은 시뮬레이션)만이 반짝거리며 명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비쥬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역설적이게도 주술의 기능을 회복해 돌아온다. 비쥬얼은 사람들에게 마법을 건다. 그러나 그 마법은 사람들을 오직 그 순간적 현실에만 붙들어 매어두는 족쇄같은 마법이다.

이에 대해 저자 김융희는 도전적이다. 다시금 예술의 초월적 기능을 회복하고 '총체적으로'(비쥬얼이 파편적으로 주술화하려한다면) 삶을 재주술화하는 힘을 되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무한과 궁극에 대한 지긋한 지향성을 회복하고 인간의 존재를 한 단계 더 높이 고양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미시마 유키오 식의 폭력적 유미주의로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지만... 하여간 인간 너머를 추구한다는 것이 예술의 오랜 기능이었다는 사실을 재상기하는 것... 그것이 저자의 의도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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