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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또 다른 시각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김성기 외 47인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김영건의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에 대한 비판적 서평을 보고 몇 가지 개인적 소견을 적어본다. 평자는 김영건의 주장이 사회적 관계나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소거한 채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적 정당성을 따져묻는 태도가 과연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 의문을 제시한다. 이런 비판의 핵에는 아마도 이런 문제가 깔려 있지 않나 싶다. '논리적 정당성'이란 것이 사회적 관계와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자유로운 중립적인 것인가라는 것이다.
평자의 의견은 '자유롭지 못하다' 인 듯 하고, 김영건의 태도는 논리적 정당성이란 그런 관계와 맥락 이전의 요소라고 보는 듯 하다. 평자는 김영건의 그런 태도야말로 현실을 무시한 '비현실적'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논리적 정당성'이란 것이 현실과 유리된 멸균된 영역에 속하는 것이냐 아니냐...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이 헤겔의 논리학에 의해 비판받고 좌파에 의해 부르조아 논리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형식논리학이 과연 멸균된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주장이 자기 정합성을 지니지 못한 상태로 있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도 피할 수 없다. 광인의 아우성과 이성적 주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비평문은 그 둘 사이에 어디 쯤 있는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비평은 광인의 아우성이랄 수 있는 예술작품을 논리적으로 번역하고 그 근저를 이해가능한 상태로 재서술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이해가능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일은 형식논리적 과정이 아닐까? 주술에 걸린 듯 비평문을 쓰는 것도 좋지만 그 주술의 기저에 논리성이 없다면 그게 비평문일까 아니면 그냥 문학작품일까? 최근들어 비평과 문학작품 사이에, 혹은 (싸르트르나 데리다에서 보듯) 철학과 문학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의 농밀성과 완벽성, 성실성이란 차원에서 불충분한 사고가 비평이란 간판으로 무마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거친 비약에 현혹되어 휩쓸리는 것은 사고의 불완전함, 유치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김영건의 날카로운 비수는 그런 점에서 해보다는 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