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화사 삼천년
양신 외 5명 지음, 정형민 옮김 / 학고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평소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편이어서 적어도 어지간한 그림은 누구 그림이고 그 좋은 맛이 무엇인지 아는 편이지만 유독 동양화 쪽으로는 그 그림이 저 그림 같은 경우가 많았다. 그 만큼 나에겐 동양화란 개성적인 특성이 부족한 관습적인 그림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베토벤을 감상할 때는 큰 연주회장에 가야 하지만 모짜르트의 현악사중주를 듣기 위해서는 작은 방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입소문을 빌어서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가격이 좀 만만찮기는 해도 그 가격 이상을 하는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양화에 대해 나와 같은 선입견을 가진 사람은 책에 실린 제임스 케힐의 '중국화 감상2'라는 짧은 논문을 보면 좋겠다. 그는 중국회화를 그 맥락에서 떼어내어 '현대적'이라고 이르거나,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변주라는 식으로 보는 것도 일면적이고 편의적인 태도라고 비판한다. 대신 중국화가 생산되는 사회적 토대에 대해 이해하고, 미학적으로 기법 상의 격식과 탈격의 운동과 중국화 특유의 작품 구성 요소들(병풍, 두루마리, 족자, 낙관 등)을 보아야 하며, 서구 미술사가들이 기가 질릴 정도로 풍부학 전해지는 畵論, 비평,미술사 관련 문헌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 중국화를 방외자의 호기심 수준이나 고고학이나 인류학 수준에서 보는 태도는 좀 꼴이 우습다. 그건 마치 미개인이 서구미술사 속의 방대한 토론과 실험, 고뇌와 착안들을 알지도 못한 채 한 번 보고 평가내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문화는 중국 자체의 통일성 속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중국화와 동양화에 대해 나는 아직 그런 미개인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전통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는 격언을 떠올리며 이 책을 통해 동양화에 대한 내 좁은 눈이 조금씩 더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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