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인지과학
A.I 골드먼 / 서광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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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디선가 철학의 장구한 역사는 '귀신쫓기'의 과정이었다고 일갈하는 구절을 본 기억이 난다. 다신교의 신들이 쫓겨난 자리에 추상적인 유일신이 들어서고, 다시 그 유일신이 쫓겨나고 데카르트에 의해 마음(res cogitans)이 대신 들어섰다. 이제 새로운 인지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마음(혹은 영혼)마저 허구적인 귀신으로 취급받기 시작한다. 단적인 예로 오늘 본 기사 중에는 반도체와 달팽이의 체세포를 결합시킨 '뉴런 반도체'가 완성되었다고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철학의 자연화(naturalization)이라는 미국 철학계의 움직임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마음'의 문제에 적용하면 인간의 마음이란 자연 기관natural organ 또는 기관들의 체계라는 입장으로 진전되어 간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은 과거처럼 관조나 명상 혹은 추상적 논증에만 국한된 영역이 아니며 아주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경험과학의 영역에 의해 지배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철학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외려 철학의 자연화라는 당대의 현상은 다른 시대의 철학적 시도들과 잘 오버랩된다고 본다. 철학은 당대의 과학적 발견들을 종합하려는 시도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의 인지과학의 발견에 대해 철학이 그 영향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고 이 책은 인식론, 과학철학, 심리철학, 형이상학, 윤리학 등의 철학의 영역 속에서 인지과학의 발견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미칠 수 있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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