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존 히튼 / 이두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모두들 알다시피 비트겐쉬타인의 저서들은 일반적인 논문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번호가 붙여진 짧막짧막한 경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중간에서 읽어도 된다. 이런 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에 대해 비트겐쉬타인은 그의 [논리 철학 논고]에서 넌지시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이 책은 이 책에 표현된 갖가지 사고들을 그들 스스로가 한 번쯤은 가져 보았던 사람들에게만 이해될 것이다 - 또는 적어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해본 사람들에게.'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아주 간단하고 함축적이라도 그런 생각을 마음 속에 그려본 사람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트겐쉬타인 전문가들은 뭐라고 할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비트겐쉬타인 세계의 그림을 핵심적으로 선사하고 있다. 물론 함축적인 만큼 읽고 보는 사람의 숙고를 요한다. 인용할 구절로 저자가 책 속에 삽입한 윌러스 스티븐스의 시를 올려볼까 한다. 이 시로 우선 워밍업을 하시고 잡으심도 괜찮을 듯...

항아리의 일화

테네시에 항아리를 놓았네
언덕 위에 둥그런 모양의 항아리를
언덕을 감싸는 추레한 물항아리
그것에서 풍겨났네

그 황량함은 항아리가지 올라왔고
주위에 널리 퍼져 이제 더 이상 거칠지 않았네
지면에 둥그렇게 자리잡은 항아리
높이 솟아 공중으로 향하고 있었네

모든 것을 장악한 항아리
잿빛 알몸을 드러내었고
새나 수풀을 이루지 않았네
테네시에 있는 다른 것들과도 같이

윌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