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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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책은 사실상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체계적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도, 문학 텍스트 분석의 실용적 지침서도 아니며, 더우기 문학 감상을 세밀한 결들을 보듬는 문학 애호가적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의 책은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제들을 살펴보라. 거기엔 시의 운율이니, 소설의 서사성이니, 희곡 속의 성격문제니 하는 것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1947년의 작가의 상황' 등의 소제목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예술의 순수성이나 자율성보다는 예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써의 실천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사르트르의 문학론은 예술을 계급투쟁의 도구화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상습적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르트르의 때 지난 듯한 함성 속에서 어떤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시대착오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도데체 쓴다는 것의 의미를 거세해 버린 채 어떻게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쓴다는 일의 운명을 거둬내고 쓰여진 다음의 일에만 천착하는 호사가적 취미는 솔직히 구역질이 난다. 요즘처럼 피상적이고 장식적인 말들이 난무하는 말들의 난장에서 사르트르의 힘은 다시 돌아볼 가치가 충분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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