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진리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번역) 483
레나토 로살도 지음, 권숙인 옮김 / 아카넷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에서 1980년대를 거치면서 나타난 학계의 보수화, 그에 수반한 '당파적이고 정통을 지향하는 열기'에 대한 반감 위에 서있다. 사회과학은 비역사적이고 객관주의적이며 경험주의적인 원칙이 중요하게 부각되었고 인문학은 전통적인 정전숭배의 풍토로 회귀하고 있었다. 그는 이들을 '객관주의자'와 '기념비주의자들'이라고 레테르를 붙이고 객관주의자 우위에서 기념비주의자들이 장식적인 역할을 하는 묘한 공생체제를 비꼰다. 저자에게 무당파적이고 비역사적인 객관성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미국은 항시 동질성과 다원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보수성이 강화될 때 동질성의 압력은 커진다. 그러나 그 동질성이란 무사공평한 평등에 기초해있다기 보다는 힘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삼은 동질성에 더 기운다.

전통적 인류학이 탐구대상으로서의 문화를 자기충족적이고 정적인 문화로 그려온 것처럼 보수성으로의 회귀도 마찬가지 기류에 휩싸이고 만다. 로살도의 새로운 인류학은 사회적 실재들이 갖는 엄청난 역동성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박제화를 피하고 살아있는 의미와 실천, 그리고 뉘앙스적 차원을 주목하길 원한다. 또한 문화적 용광로이자 교차로로서의 미국문화의 특성를 제대로 인식하여 문화란 결코 내적으로 동질적이지 않음을 깨달아야 하며 순수주의니 기념비주의에 중독되어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는 영역을 단지 무질서라고 치부하고 보지 못할 것이 아니라 이 영역이야말로 문화가 새롭게 창조되고 실천되는 곳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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