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니에의 글에 만연된 '순수한 고독'에의 매혹은 '카뮈를 추억'하는 와중에도 쉬지 않는다. 그는 카뮈로부터 존재의 제일원리로서의 '고독'을 보았으며 그가 그 고독을 성공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추억한다. 일찌기 아버지를 여의고 힘겨운 삶의 수레바퀴 속에 깔려 살아야 했던 카뮈는 그 스스로의 증언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창작을 택했다.' 창작은 갇혀버린 고립을 고독의 열림으로 인도하는 듯 하다. 고립은 범죄를 낳지만 고독은 '예술'을, 또는 생명의 예술적 단계랄 수 있는 '법열'을 낳는다.

카뮈는 삶의 가난과 비참 덕에 교양의 공식으로부터 자유로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인해 그는 교양의 가치를 뿌리로부터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꼬리표달린 삶, 인증서 위주의 삶, 학위지향의 삶을 낳는 교양의 공식 대신 삶의 뿌리를 맛보는 교양의 진짜 힘을 터득했다. 대개 가난한 자들에게 예술은 헛깨비이지만 은혜롭게도 가난한 자들이 예술의 끈쩍끈쩍한 고갱이를 정면으로 만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예술창작과 향유의 질적 고귀성은 가난한 자의 단박함과 순전성에 더 가까운 것이다. 카뮈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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