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삶 그르니에 선집 4
장 그르니에 지음, 김용기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르니에는 인간의 제일원리를 '혼자임'에서 찾는다. 누구나 혼자다. 인간으로서 나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혼자 땅에 묻혀서 혼자 썩는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나로서 태어나고 나로서 살다가 나로서 죽고 나로서 묻혀 썩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원초적인 '혼자임'을 망각하고 산다. 사람들은 사슬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사슬을 자신의 존재로 오인한다. 그르니에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한다. '고립'은 사슬로 꽁꽁 묶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독'은 자신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혼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독은 사슬이전부터 상정된 인간존재의 보편적 상태인 것이다.

이런 '혼자임'의 고독은 그의 산문들 전편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고독은 포도주의 승화sublimation와 향수의 신성성, 밤의 삶을 일깨우는 수면, 정오의 충만, 법열과 구원의 자정으로 이어진다. 그에 모든 일상은 순전한 고독에의 내맡김을 통해 공허한 사슬로 상처받는 인간에서 벗어나는 길을 넌지시 속삭인다. 갑자기 20세기의 걸출한 기독교 호교론자인 C S 루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필요한 것은 '호감가는 사람'이 아니라 '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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