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株) - 공공의사표현의 사유화 나남신서 238
허버트 쉴러 지음, 양기석 옮김 / 나남출판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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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 개인의 의사표현은 옷차림에서, 산보를 나갈 때, 친구를 만날 때, 대화를 할 때, 혹은 수천 수만 가지의 일상적 생활 속에서 언제나 나타나게 된다. 의사표현은 삶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의 의사표현이 완전히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표현이 인간 개인에게 필수 불가결한 부분일지라도 인간은 사회적 제약을 받으며 의사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적 제약은 예나 지금이나 한 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잇는 계층에 의해서 설정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제한이 형성된 배경과 지난 몇 십 년간 어떻게 강화되었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논하려 한다.

현대의 의사표현의 자유에 한계점을 긋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는 사기업이다. 기업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새로운 첨단 정보 기술은 의사표현의 생산 배포를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 또한 거대 메이져 영화사들의 기술과 자본은 대중들이 그들 이외의 다른 문화적 산물에 대해 관심을 둘 겨를을 허용하지 않도록 한다. 박물관이나 언론사의 기획전시나 특집기사들은 어느 새 그들을 후원하거나 광고료를 지불해 주는 사기업들의 간접적인 나팔수가 되어가고 있다. 급기하 가장 공공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게놈지도 정보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는 막나가는 사기업도 나타났다.

이제 사기업은 강력한 여론 형성 능력과 대중문화에 대한 지배를 통해 이 사회를 매니지먼트되는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가 그 성원들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하며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실천으로 채워져야 함은 상투적인 진실이다.

하지만 이 공공의 장이 사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포위되고 있다. 대중들은 기업이 던져주는 천편일률적인 이미지에 대해 기껏해야 오십보 백보 식의 능동성(포스트모던 문화이론가들이 그렇게 집착하는 바)을 확보할 뿐, 결국 기업에 의해 제공된 이미지의 포위에 항복하거나 아예 그 속에 빠져삶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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