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우리 시대의 고전 4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규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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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리야르에 의하면 생산물의 사용 가치는 소비의 전제 조건에 불과하다. 오늘의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물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소비된다. 사람들은 광고나 텔레비젼의 기호를 소비하며, 그리하여 소비의 대상물이 기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사물의 기능을 기호로 보고 소비를 사회의 언어 활동으로 보는 기호학적 사유가 깔려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상품의 구조와 그것이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으키는 현상이 기호와 구조와 리얼리티에 정확히 부합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착수한다. 그의 기호분석은 마르크스의 상품분석에다 기호학적 사유를 덧붙이는 이상을 행한다.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 정치 경제학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가했듯이 보드리야르의 기호학 비판은 기호학에 대한 비판적 수정의 의미를 지닌다. 그가 보기에 정치 경제학과 언어 기호학은 모두 제각기 체계의 법칙과 구조를 갖는다. 전자는 공급/수요, 노동/교환의 [주어진 사실]에 집착하며, 언어 기호학은 분석과 항목들을 기술적으로 조작하며, 그리하여 부분적인 체계들은 자율화하고 사물화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그간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했던 생산/효율성/합리성의 논리에 대항해 [상징적 교환] 개념을 이념형적으로 설정한다. 이 개념은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와 바타이유에게서 빌려온 것이며, 그래서 상징적 교환을 가르키는 그의 예들은 주로 [선물 교환] 또는 [탕진] 같은 원시 사회의 교환 형식에서 빌려온 것이다. 여기서 그는 '사물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장이 아니라 상징적 활동의 장이다'라고 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활동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순수한 희생 내지 탕진이라는 소비 원리인데, 과거의 종교적 제의나 오늘날의 스포츠 게임이란 것도 이에 대한 상징적 예로 볼 수 있다.

보드리야르는 리오따르 등과 함께 포스트모더니스트라고 불리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마르셀 모스의 '선물 교환 개념'에서 부터 바따이유, 리오따르, 보드리야르로 이어지는 포스트 모던 철학에로의 여정을 설명력있게 서술한 책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시각과 언어에서 <이질성의 철학>이란 제명으로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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