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의 진실 내 사랑의 자유
크리스틴 최 / 명진출판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그 영화는 구성이 허술해', '주인공의 성격이 불분명해', '쟝르 공식을 아주 유려하게 뒤집었어' 영화든 뭐든 나는 이런 식으로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 이 때 작품은 내 안에 들어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내 앞에서 명석판명하게 분석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물론 헐리우드 대량소비영화들에 대해서는 그런 마아케팅에 도움을 주는 그런 분석의 시각이 필수적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예술이든 그것이 존재에 대해 도전적이지 않다면 과연 그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녀의 영화는 존재의 진실을 담고 있다. 뉴욕대 영화과 교수라는 신분이지만 우리나라 교수들처럼 학삐리 예술애호가의 한계는 이미 어지간히 뛰어넘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뒤에 쓴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코멘트, '두 개의 피를 가진 한 여자가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영화를 통해 어떻게 자의식을 찾아가는가에 관한'이란 식의 '거리를 둔' 코멘트가 어쩐지 우습게 여겨진다. 그는 그녀의 숭고를 쪼잔한 언어적 기교로 덤비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의 영화는 좌절과 분노로 움직인다. 그래서 그녀는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단순히 담는 매체가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매체로 인식한다. 카메라 눈이 변하면 세상의 눈도 변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신념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소릴하면 지나간 시절 이야기를 한다며 혀를 찰 놈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리곤 한국 영화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며 어긋한 장광설을 늘어놓을 것이다. 사회의식을 외치던 어중간하게 변혁적인 감독들은 대개 다 성공적으로 거대화되는 시스템 속에 편입되었거나 이젠 고독한 미학적 자의식을 가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글쎄 뭐랄까... X같다.

이 책은 삶을 통해 분노를 얻고 그 분노를 벼려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는 한 여류 영화감독의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헤메다가 고등어같은 삶의 긴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