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개론 열화당 미술책방 3
한정식 지음 / 열화당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철학한다'는 말처럼 '사진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세계와 나, 삶을 사유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처음 사진에 입문하면서 접한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서로 취급되는 바바라 런던과 존 업튼이 공저한 <사진학 강의>였다. 사진의 기술적 기초에 대해 그렇게 세심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좋은 길잡이였다.

하지만 빈약하나마 사력이 쌓이면서 사진의 프레임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침묵에 마음이 끌렸다. 이 기술의 이면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포착력 말이다. 그러자 나는 뭔가 사진의 본질에 대해서 더 알 필요를 느꼈다. 그러다 접한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순수하게 이론서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사진의 실제적 상황과 그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사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사진의 실제와 사진의 철학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기술로서의 사진으로부터 넘어서는 순간, 단지 멋진 사진의 매혹에서 벗어나는 순간 손을 뻗치면 가슴 속에 와 닿는 말들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판을 거듭해서 새로운 표지를 달고 나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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