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진리 과학 재원미술총서 2
강태희 외 지음 / 재원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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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정직한 관객>이란 평론집에 광주 비엔날레를 구경 온 한 촌부의 이야기가 있다. 난해하고 어쩌면 허무맹랑해보이는, 그래서 전혀 정서적으로 감흥할 수 없었던 이 촌부의 정직한 토로는 이해할 만 하다. 오늘날 현대미술이 거의 담론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다는 반성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누구의 말대로 현대미술에 있어서 감상의 차원은 이미 구매의 차원으로 치환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과 언론의 사기극에 의해 놀아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이제 진정 인상주의적 감상이 부활할 때가 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인상주의적 비평이 주는 주관적 자의정을 극복하기 위해 철학과 과학 등의 외부학문에 기댄 결과 미술은 자신의 자율성을 잃고 하나의 담론으로 변신해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런 현상이 어처구니없기 때문에 외부학문들과 예술 사이의 교접을 모두 없던 것으로 치부한다는 것은 우물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오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담론의 구조 속에 너무 빠진 나머지 담론의 체계 밖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미적 감수성을 찾아 나서는 창작자의 몫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미술 혹은 예술이 외부의 학문적 교접의 양상을 통찰력있게 이해하고 감상자 나름대로 감상의 폭과 깊이를 넓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예술의 본래 목적은 쾌락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식과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어떤 충격을 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과의 대화가 필요하고 그 대화를 좀더 밀도있게 하기 위한 교양 혹은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면을 평이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서술한 글들의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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