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과 악덕의 알레고리
아돌프 카첸엘렌보겐 지음, 박은영 옮김 / 서울하우스(조형교육)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알레고리란 다들 알다시피 이념적 내용을 사물이나 인물에 비유, 상징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서구미술에 있어서 이런 알레고리 방식은 작품읽기에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소양가운데 하나이다. 현대문화와 비교한다면, 알레고리는 집단적 성향이 매우 강한데, 이는 현대의 대중문화의 '장르'개념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알레고리가 추상적으로 질서화된 사고를 표현하는 방식이듯이 장르는 대중들이 자신들의 실제 삶을 질서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성으로 인해서 대중문화이해에 있어서 알레고리적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아돌프 카첸엘렌보겐의 이 저서는 중세 기독교 미술에서 미덕이 알레고리로서 등장하고 다시 미덕과 악덕의 대립관계로 재정립되다가, 역동적이며 호전적인 대립관계가 다시 정적이고 조화로운 추상적 이분법으로 대치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최초로 미덕이 알레고리로 등장하게 된 것은 초기 기독교 시대로 미덕을 처녀의 모습을 그린다. 신앙이 처녀라는 평화로운 이미지로 알레고리화된 것이다. 그

러다가 중세기로 들어서면서 기독교는 이방종교나 토속종교들과 맞서는 상태에 이르면서 미덕의 알레고리는 악덕과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로 바뀐다. 이는 고딕시대까지 이어진다. 이 격렬한 긴장관계는 다시 기독교가 카톨릭적 보편주의를 정립하면서 안정적인 이분법 구도로 재정립된다. 사르트르 성당은 이 두 가지 형태의 미덕과 악덕의 관계가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격렬한 투쟁의 관계와 추상적이고 이론적으로 정립된 만다라 형태의 관계가 공존한다. 그래서 사르트르 성당의 '승리한 미덕'들에만 홀리면 우리는 후자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중세의 알레고리는 신앙을 기호같은 아이콘으로 응축한 형태의 모습이다. 다시 이런 중세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 우리 대중문화의 모습과 이어진다. 에코는 현대를 되살아난 중세로 보기도 했다. 근대가 이런 맹목적인 듯 보이는 기호의 체계를 회의하고 붕괴시키고 오직 어떤 아이콘으로도 기호로도 환원되지 않는 개인을 추구했다면 현대의 대중문화는 그런 경향을 'It's not cool'하며 거부한다. 도스토엡스끼적 인간은 밥맛이 된 것이다. 대신 중세적인 명료함, 중세적인 도상성, 중세적인 장식성이 대중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중세는 다시금 현대를 보는 또다른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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