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뚜르니에에게 한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흡혈귀에 관련된 문학작품에 대해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뚜르니에는 그녀의 묘한 마스크에 호감을 느꼈고 그녀를 찍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나자 그녀는 벌거벗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누드를 찍을 것인가? 뚜르니에는 '초상누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즉석에서 고안해낸다. 초상누드란 피사체가 될 인물이 홀딱 벗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프레임은 어깨뼈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는 프레임 아래에 가리워져 있지만 그 가리워진 부분에 의한 반사광이 모델의 얼굴에 미치는 아우라를 포착하려 한다. 그 아우라는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누드라는 데서 오는 어떤 부끄러움같은 것도 들어있다. 그는 다른 일반적인 초상사진들과 그가 고안한 초상누드를 비교한다. 초상사진에서 얼굴은 몸으로부터 유배당한 외로운 섬이다. 옷입은 초상사진을 봤을 때 우리는 그 유배당한 얼굴을 본다. 초상누드는 몸과 얼굴의 연결이 너무 강렬해서 안보이는 부분마저 보이려고 시도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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