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1887년 가을-1888년 3월) 책세상 니체전집 20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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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주체개념 비판 및 생성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 작업을 통해 실재에 대한 나름의 정합적 해석을 준비하고자 한다. 인식주체는 귀향가고 해석주체가 등장한다. 생성은 초월적인 목적을 갖지 않고, 가상도 아니며, 모든 순간에 가치가 동일한 것으로 제시된다. 이 작업들은 힘에의 의지의 자기 목적적인 작용방식과 보편성 확보를 통해 가능해지며, 이것은 목적론 및 결정론과의 대결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덧붙여 [선악의 피안]에 서 선보인 고통의 철학이 힘에의 의지로서의 삶과 혼합된다. 삶은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힘을 추구하며, 의지의 더욱 더 많은 힘의 추구는 기쁨을 불러 일으킨다. 고통은 억제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힘의 추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며, 그런 한에서 강화되어야 한다. 고통과 기쁨은 힘에의 의지의 자기 발전의 필연적 계기로서 그 자체로 의미가 충만하다. 이 점에서 인간 삶의 부정적인 현상이나 우연적이라고 여겨지던 계기들을 포함하여, 삶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아무런 삭감없이 아무런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긍정하고 싶어하는 니체의 의도다.

이것은 생성으로서의 세계와 인간의 삼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을 요청하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한 면이며, 생성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를 통해 가능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니체는 부정과 파괴가 아니라 긍정과 건설이라는 예술가적 철학자상으로 나아간다. 문뜩 떠오르는 것은 최근에 국역된 맑스의 박사학위 논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다. 운동에 클라니멘이란 우발적 요소를 상정함으로써 유물론을 결정론과 목적론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가 여기서 엿보인다. 알튀세는 이를 우발성의 유물론으로 명명했는데, 니체의 '생성의 철학'과 아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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