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까치글방 6
J. 호이징하 지음, 김윤수 옮김 / 까치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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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징가의 논의는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모든 형태의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의 요소가 숨겨져 있으며, 인간의 다양한 공동체 생활, 심지어는 전쟁마저도 놀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놀이 정신이 없을 때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문화는 그런 놀이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견 역설적이다. 현대의 문화에서 쾌락적 면모가 점점 더 부각되고 따라서 놀이나 유희적 측면도 더 부각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오늘날의 놀이는 과거의 놀이와 달리 자율적이지도 못하고 따라서 창의적이지도 못하다. 오늘날의 놀이는 (아이들 장난감의 변천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듯이) 기성품화되었고 일방적인 방향으로 이뤄진다. 놀이란 놀이의 행위와 그에 따른 쾌락이 서로 함께 얽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참여)과 즐김과 창조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문화는 그 요소들을 각각 분업화하였고 쾌락이란 감성적 면마저 분업화, 기계화하였다. 쾌락이 행위와 분리되는 현상은 어두운 영화관에서 시체처럼 누워있는 관객에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문화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하고, 놀이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예술 역시 인간을 시체로 만드는 분업적이고 기계적인 놀이가 아닌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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