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 당대문고 1
슈테판 헤름린 지음, 박소은 옮김 / 당대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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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슈테판 헤름린은 1915년 부유한 은행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밑에서 성장했으나 청소년 시절에 '공산주의 청년 동맹'에 가입합니다. 나치가 집권한 1933년부터 1937년까지 지하에서 활동하다가 스페인 내전 때는 '국제여단'에 참여하여 판프랑코투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치 집권 이후 대대적인 좌파 검거 열풍으로 프랑스로 피신, 반나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스위스로 망명, 전후에 동독으로 돌아와, 공산당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의 저술생활은 동독에 정착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동독 최고의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였고 두번에 걸쳐 하이네 상을 수상합니다.

최근 공산권 붕괴 이후 많은 동독 지식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하루 아침에 꺾고 전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필요에 따라 자신의 관점을 손바닥 뒤집듯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시절에 슈페판 헤름린은 정말 시대착오적으로 완고합니다. 그에게 베를린은 아직도 로자가 살해당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아직도 사회주의야말로 인간의 영혼이 제대로 발전하도록 돕는 최상의 체제라고 믿습니다.

추천사를 쓴 (국정원이 그를 북한의 고위당간부라고 의심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 대학 교수인)송두율은 이렇게 합니다. 사회주의가 실효를 다 했느냐 아니냐, 누가 좌파냐 아님 우파냐 하는 질문들 이전에 그 어떤 고난과 변화에도 '너는 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의 이 에세이는 다양한 신념들을 가진 사람들이 명멸하고 있습니다. 좌파든 우파든, 거개가 자신이 젊었을 때 품었던 순수한 정신을 더욱 정련하고 확고하게 하기 보다는 점점 더 시대의 혼탁한 시류에 오염되면서 차츰 썩어들어가다가 급기하 난센스하게 변절해버리는 모습들이었으며, 그는 그로부터 진정 인간으로써의 고위한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기에 그런 길에 잘도 빠져드는 것일까를 고민합니다.

자기 신념을 가지고 죽기는 쉽지만 자기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더 힘듭니다. 헤름린은 저녁노을을 보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봅니다. 그것은 귀향의 길.... 되돌아 갈 때 마다 자신이 갈라져 들어섰던 여러가지 갈림길들과 되만납니다. 그리고 그 되울림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지녔던 원초적 순수성을 되살리고자 합니다. 얇은 책이나 신념을 위해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존엄하게 산다는 것의 진정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주는 훌륭한 인생 교과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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