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철학
에밀 앙게른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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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더란 말인가? 여기서 말하는 '이 모든 것들'이란 좁게 말해서 인간이 이제껏 행한 바를 의도한 것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눈을 뜨는 그 지점을 향한 갈구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에는 시대착오적 실언으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단지 긍정의 철학을 좀더 순응적으로 변형시킨 다양과 차이의 철학, 점진주의, 서로 단절된 작고 겸손한 유토피아로의 귀환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그러나 인간은 겸손해진 대신 자기만의 유토피아에 갇혀 버린다. 인간의 성숙이 경험과 사유의 확장이라는 은유를 받아들인다면 인류는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고 피터팬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이 모든 현실과 현상들의 한계를 직접 보게 하고, 그로부터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찾아 떠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철학 혹은 역사주의는 현실주의와 자아의 한계성을 스스로 자각한 자의 사유이며, 그런 면에서 역사주의니 역사철학이니 하는 것은 결코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필수적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 어떤 새로운 이득을 직접적으로 주지는 못하더라도 자기와 시대의 한계를 깨닫도록 한다는 것, 그 점 하나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부정의 신화'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진정한 긍정은 부정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양을 긍정함은 하나하나의 부정들을 통해 개개가 지닌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긍정이란 단지 각각을 100%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고유한 한계들 때문에 어느 하나를 유일하게 긍정할 수 없는 그 상황을 말하기 때문이다. 긍정은 부정의 한 양상일 뿐이다. 고로 부정은 긍정보다 크며 궁극적이다.

역사철학은 그런 면에서 한계와 부정을 통해 역사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큰 이야기가 만용으로 치부되는 시절인 까닭인지 어느새 절판된 이 책을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먼지만 푹푹 뒤집어 쓰고 잠자고 있던 이 책을 깨웠다. 이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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