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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목소리로 - 동녘선서 75 ㅣ 동녘선서 75
캐롤 길리건 지음, 허란주 옮김 / 동녘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 의해 구분된 6단계론을 실제에 적용해보면 대개 도덕적 최고 단계인 6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대개 남성들이었고 여성들은 3단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분석틀을 따른다면 다수의 여성들이 그들이 속한 사회와 집단의 기존가치에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여성은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열등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해명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사회가 여성들을 그 수준에 묶어놓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수준이란 것이 수준이란 용어를 쓸 수 없다는 것, 즉 그것은 열등한 단계가 아니라 단지 다른 목소리이며 다른 가치관일 뿐이라는 것이다. 길리언의 태도는 바로 후자의 것이다.
그렇다면 그 3단계란 어떤 특성을 가진 것일까? 그 특성들은 주로 남에게 인정받고 만족을 주기 위해 행위하는 성향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약간 시각을 달리해서 본다면 길리건의 표현대로 보살핌의 입장care perspective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퍼스펙티브에서 여성에게 주된 도덕적 문제는 정의의 문제나 권리와 의의무의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충돌'의 문제가 된다. 이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은 스스로 채택한 보편적 도덕 원리를 적용하기 보다는 당사자 상호간의 타협과 조화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런 소릴 들은 적이 있다. 남자들의 결정방식은 하나, 둘, 셋, 빵!하는삼단논법식의 쾌속결정 방식으로 가는데 반해 여성들은 구체들 하나 하나를 대하면서 천천히 결정을 내려간다고 말이다. 남자들은 어떤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위고하, 인종성별을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정의롭다고 보는 반면, 여성들은 섯불리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고 구체들을 범주화하기 보다는 차이들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차이들과 무리없이 공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 시각이 곧 길리언의 시각과 유사한 듯 하다.
길리언은 여성성의 관계지향성과 남성성의 보편적도덕지향성을 나란히 놓치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생래적인 것으로 환원시키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스스로 터득된 어떤 것들이며 각각 장점만큼 단점도 있다. 이 여성성의 측면이란 어쩌면 남성성의 극단화가 다다를 때 부딪히는 자율과 정의가 주는 딜레마에 대처하는 능력이 되어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