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혜 동문선 현대신서 14
알렝 핑켈크로트 지음, 권유현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인정투쟁이란 유명한 구절이 있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 주체가 되느냐 객체가 되느냐, 보는 자가 될 것이냐 보이는 자가 될 것이냐... 이런 구도로 인해 타자는 결국 나에 의해 정복되어야 할 대상, 나에 의해 굴복되고 재단되어야 할 어떤 것으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이 책의 저자 앙리 핑켈크로프트는 앞서 말한 헤겔식의 타자인식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엠마뉴엘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을 이야기한다. 타자와의 대면은 의식이전의 경험이고 원초적이며 초월적인 만남이다. 타자는 광활한 우주 아니 카오스이며, 그 광대한 카오스 앞에서는 나는 한 낯 연약한 존재에 불과해 진다. 레비나스는 이런 막강한 힘을 지닌 타자의 얼굴을 아우슈비츠에서 우리를 향해 얼굴을 돌렸을 수 많은 희생자들의 얼굴들 속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며,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책임에 몸을 바쳐야 한다. 또한 나는 함부로 타자의 얼굴을 명석판명하게 그려낼 수 없다.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든 시도는 지난한 고통의 과정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웃에 의해서 자기로부터 깨어나고 또 다른 모든 이웃에 의해서 그 이웃으로부터 눈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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