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의 역사적 상상력 현대의 지성 56
헤이든 화이트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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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에 따르면 역사가들은 보통 역사책 속에 들어있는 허구적인 요소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들은 역사라는 학문분야에 엄격한 지침을 설정함으로써 허구를 초월했다고 믿기를 원한다. 따라서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학은, 그 전공자에게 허구적인 서술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기술하려는 모든 시대는 '상상적이고 상상적일 수 밖에 없는 삶의 상의 일관성, 성실성, 충실성과 끝맺음을 보여주는 화술'에 필연적으로 의존한다. 역사 서술에 허구적 상상적 차원이 담겨 있다는 것은 사건이 실지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기술하는 모든 시도는 다양한 형식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역사적 실재에 대한 모든 설명은 불가피하게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즉 사실을 배열하여 그것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발견하려는 시도에서, 역사가들은 비경험적인 사고 유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특징적인 논증형식과 플롯의 구성형식을 채택하며 그 과정에서 심미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가들이 철학자나 문학가와 자신을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학과의 구분을 단순하게 인정할 수 만은 없다. 역사 서술의 허구적인 요소를 인정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역사가들에게 위협이 될 것임을 화이트는 인식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사가들이 인습적으로 나누는 사실과 허구 사이의 구분에 도전하는 것이 역사학을 더욱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학문으로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헤이든 화이트는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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