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9
정기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현실세계일까 가상세계일까? 영화 [매트릭스]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주인공처럼 우리는 가상세계를 구별해내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분석철학자 힐러리 퍼트남에 의한 '통 속의 뇌의 논변'에 따르면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에 대해 열려있지만, 현실세계는 가상세계에 대해 닫혀있다는 점을 들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본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가상현실 세계에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지만, 가상현실 속의 존재가 현실세계에 접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엔 머그게임을 통해서 살펴보자. 머그게임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세계는 나는 게임의 세계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케릭터가 나의 세계에 끼여들 수는 없다. 여기엔 분명 위계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머그게임의 세계와 나의 세계란 두 세계만을 고려했을 때의 위계일 뿐이다. 나의 세계 위에 또 하나의 상위 위계가 있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도 나의 세계가 현실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로 넘어가 보자. 거칠게 비유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결국 그의 정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주 잘 짜인(일관되고 무모순적인) 체계라고 했을 때 이 체계에는 체계에 의해 증명이나 반증할 수 없는 (무전제의, 그래서 자폭적인) 문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주장하는 어떤 문장은 우리 세계에서 증명이나 반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현실의 세계인지 또는 누군가의 꿈속에서 그려진 세계인지 우리 세계에서는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인지 꿈인지를 결정하려면 이 문제가 논의되는 체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조건하에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 세계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거울같은 반사체 없이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듯이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체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나와 이 세계에 대해 도데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건 황당한 문제다. 실제보다 더 현실적인 하이퍼리얼한 가상세계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황당하지만 꼭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이 작은 책을 통해 그 문제를 살펴볼 몇가지 길들을 잠깐 살펴 볼 시간을 같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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