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 월간미술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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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코메티의 조각은 점점 야위어간다. 뼈에 거죽만 들러붙은 듯이 기분나쁘게 가늘고 누추해져 간다. 마치 이 세상에 대해 자신의 점유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듯이 말이다. 그의 끔찍한 인물상들은 홀연히, 그리고 그야말로 우연히 홀로 선 인간의 실존이었다. 언젠가 자코메티의 피골이 상접하여 썩은 나무처럼 되어버린입상 조각을 보다가 전시장 스폿 라이트로 인해 희디 흰 벽에 드리워진 희멀건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그림자는 울고 있다.

사르트르는 그의 '자코메티에 회화'에서 '인간 사이의 서로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가 포로수용소의 경험에서 자유로운 파리 카페의 경험으로 던져졌을 때 그는 '타자가 곧 지옥'이었다. 자유 시민사회의 불가피한 경험은 바로 이 타자가 지옥이 되는 실존적 상황이다. 그는 자코메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각자에게 자신의 출구없는 고독을 되돌려주려는 조작가이며, 인간과 사물을 세계의 중심에 다시 위치시키려고 하는 화가이다.' 그래서 내가 그 때 전시장에서 본 자코메티의 입상은 희멀건 그림자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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