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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변모 ㅣ 눈빛시각예술선서 18
한정식 / 눈빛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정식의 <사진예술개론>의 속편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현대사진의 전모를 밝히는 본격적인 연구서는 아니다. 단지 근대사진과 현대사진의 차별성을 밝히고, 그 외형적 변모를 이끌어 온 내면적 필연성을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고자하는 일종의 계몽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의 사진은 전통적인 언어문화에 종속되어 있었다. 이를 저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문학의 시각화'였다고 말한다. 예를들어서 조지 스타이너의 기획에 의한 [인간가족]전이 20세기의 대표적인 문학적 사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현대는 언어의 불가능성에 대해 깨닫던 시기였고, 동시에 언어의 족쇄에 매여진 이미지의 해방이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야기 혹은 설화성으로부터의 독립, 영상성의 확립이 사진에도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문학적 경향에 경도되어 온 대중들에게 난해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물론 오늘날 신세대로 분류되는 신인류들은 이마골로기적 사고를 한다고 하지만..) 또한 사진은 기록성과 재현성으로부터도 벗어나고자 했다. 사진예술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없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느냐(p.40, 에드워드 웨스턴의 언급)는 것이다.
그러자 사진은 너무 작아서, 혹은 너무 커서, 혹은 가시광선의 폭을 벗어나서, 혹은 우리의 상식과 도덕의 기준으로 정형화할 수 없어서, 혹은 우리의 에피스테메와 불일치해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성은 비단 사진예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술과 영화의 초현실주의 등의 아방가르드 운동들과 괘를 같이 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능가되어야 할 어떤 것'이라고 했듯이 우리의 실증세계의 한계를 벗어나는 탐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