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중심으로
서울영상집단 지음 / 시각과언어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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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난리다. 극심한 불황에도 영화분야 만큼은 돈이 몰린다. 이제 40억 정도의 블록버스터는 놀랄 일도 아니다. 티브에서는 어떤 경제학자보다도 영화감독이 경제난을 해결할 구원자로 떠오른다.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영화제를 만들어 내는라 여념이 없고 극장 앞에는 마력에 끌린 듯한 인파들이 꼬인다. 21세기 초반, 헐리우드를 제외하고 과연 몇나라나 아직도 이렇게 영화에 열정이 남아있을까? 그러나 뭔가 빠졌다. 기름은 잘잘 흐르는데 공허하다. 필름과 자본은 있는데 영화와 삶, 그리고 그 사회는 빠졌다.

1990년 영화 [파업전야] 탄압사태가 었었다. 관련인들의 구속사태에 대해 그들은 항소이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 피고인은 영화업자가 아닙니다.' 시대와의 긴장은 영혼을 곧추 세운다. 그래서 그 때 영화도 순결을 지키고자 했다. 영화는 삶의 편이었지 자본의 편이 아니었다. 푸른 영상의 대표 김동원씨는 소외당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를 담는 독립다큐작업에 열중했다. 하지만 그는 구속되고 장비일체가 압류되었다. 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겨우 4년전의 일이다.

산업적으로는 덩치를 키우고 있을런지 모르지만 이 시대와의 긴장이란 것은 영화를 깊이 있게 해주고 영화를 단지 소비대상이나 문화상품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편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선을 만들어 준다. 왜 우리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도 대만의 후샤오시엔처럼 깊이있게 존재를 성찰하는 영화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인가? 대만영화는 아사직전인데도 그걸 하는데 우리는 도데체 뭔가?

내 생각에 키워드는 '시대와의 긴장'이다. 이 긴장을 잃으면 영화는 시대와 같이 놀아난다. 영화는 시대의 장식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와의 긴장이 각별했던 독립영화운동의 자취들을 모은 자료집이다. 그 때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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