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나쁜 점만...
우선 편집의 불만 -> 쉬리 때와 마찬가지로 스펙터클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심리적 발전 과정이 지나치게 축약되어 있어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이는 <쉬리>에서도 고스란히 보였던 단점...
둘째 이데올로기적 균형의 문제 -> 키타조센의 사람들은 한 유형으로 단순화된다. 그냥 잔인한 적이다. 쉬리 때도 마찬가지다. 북조선 사람들 중에서 인간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기껏해야 남한 사람에 의해 어느 정도 감화된 인물들 뿐이다.
가족과 전쟁을 대비시키는 일의 맹점 -> 한국전쟁은 단순히 가족을 파괴한 전쟁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 전쟁이고 민족통일전쟁이고 국제전이고 어떤 면에서는 내전이기도 했다. 물론 그걸 다 영화 속에 담아내면 그 감독은 천재겠지만... 여하튼 이 영화는 그런 모든 시각들을 버리고 가족과 전쟁을 대비시켰다. 그리고 전쟁 이전은 평화를 전쟁 이후는 잔혹과 슬픔으로 그린다. 그러나 전쟁 이전부터 혼란은 시작되었다. 이 전쟁 이전의 혼란을 제외시킨 것은 의도했든 안했든 이데올로기적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가족과 전쟁의 대비에 기초하고, 전쟁의 피상적인 이미지를 주로 강조한 영화다. 한국전이 무슨 전쟁인지 혹은 한국전만의 특수성 따위는 그려지지 않는다. 유럽의 어느 전쟁으로 바꿔도 내용상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 영화에서 역사를 기억하거나 배운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쁜 말만 했다. 일부러 그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