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통해 어떻게 해서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기는지 이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비록 의무라는 개념 아래서 법칙에 굴종하는 것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의무라는 개념 때문에 자기의 의무를 완수하는 인격에 대해 어떤 숭고함과 존엄성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를 말이다. 인격이 도덕법칙에 종속되어 있는 한 인격에 아무런 숭고함이 없지만, 동시에 인격이 바로 그 '법칙을 주고' 있으며 오직 그 때문에[스스로 법칙을 주고 있기 때문에] 법칙에 종속되어 있는 한 분명 숭고함이 있는 것이다. 또한 앞에서 보여주었듯이, 공포나 경향성이 아니라 오직 법칙에 대한 존경심만이 행위의 도덕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동기이다. 우리 자신의 의지가 자기의 준칙에 의해 가능한 보편적인 법칙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지킬 때에만, 우리에게 이념으로서 가능한 의지가 존경심의 원래 대상이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은 보편적으로 법칙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다만 그 자신도 그 '법칙주기'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임마뉴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놓기> 이원봉 옮김(책세상, 2002) p.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