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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1
존 스타인벡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이 작품은 존 스타인벡이 자신과 함께 일했던 편집자 파스칼 코비치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합니다.
PASCAL COVICI
Dear Pat,
You came upon me carving some kind of little figure out of wood and you said, "Why don't you make something for me?"
I asked you what you wanted, and you said, " A box"
"What for?"
"To put things in."
"What things?"
"Whatever you have," you said.
Well, here's your box. Nearly everything I have is in it, and it is not full. Pain and exitement are in it, and feeling good or bad and evil thoughts and good thoughts - the pleasure of design and some despair and the indescribable joy of creation.
And on the top of these are all the gratitude and love I have for you.
And still the box is not full.
JOHN
파스칼 코비치
친애하는 팻에게,
자네는 언젠가 나무로 만든 작은 조각상을 가지고 날 찾아와서 말했지. "날 위해서 뭐 하나 만들어주지 않겠나?"
어떤 걸 원하냐고 묻자 자네는 대답했지. "상자 하나"
"어떤 데 쓸 건가?"
"물건 들 좀 넣을 거네."
"무슨 물건?"
"자네가 가진 것이라면 뭐든지"
자, 여기 자네의 상자가 있네. 내가 가진 것 거의 모두가 들어있네.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고통과 흥분이 그 속에 담겨있고, 좋았던 느낌과 나빴던 느낌, 악한 생각과 선한 생각 - 구상의 즐거움과 약간의 절망, 그리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창작의 즐거움까지 담겨있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내가 품었던 자네를 향한 감사의 마음과 사랑이 있네.
그리고 아직 그 상자는 채워지지 않았네.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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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거나, 또는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예술가와 그의 친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겠지요.
이 소설은 제임스 딘이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50년대 천재감독으로 불리웠던 엘리아 카잔의 연출이었죠. 잠시 영화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보니 (일부분이지만) 원작을 충실히 옮겨놓은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어가면서 느낀 것은, '거대함'이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아담 트래스크와 두 아들, 아론과 칼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그것만을 다루는 것도 벅찼을 것입니다. 책은 남북전쟁부터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 역사를 아우릅니다. 아론과 칼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거대한 역사책의 에피소드처럼 보일 정도니까요. 아담 트래스크가 태어나서, 전쟁을 겪고 캘리포니아의 샐리너스로 이주합니다. (샐리너스는 존 스타인벡의 고향이며,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그의 삶과 작품 어느 곳에서도 샐리너스의 풍광은 정말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사랑하며, 미워하며, 늙어가고,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 속에는 거장의 필치가 느껴집니다.
<에덴의 동쪽>은 제가 읽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 중 7번째 작품입니다. <분노의 포도>를 제외하면 거의 중편에 가까운 소설들입니다. 그는 프란츠 카프카나, 버지니아 울프같이 최첨단의 실험정신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쉬운 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은 형이상학적이고 무언가 세상과는 동떨어진 고매한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주위에 땀과 눈물이 흐르는 그 곳에서 아름다운 예술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조용히 가르쳐 주는 것 같네요.
이 책은 우리나라의 '느낌표!' 프로그램과 비슷한 오프라 윈프리 쇼의 책 소개 코너에서 다시 소개되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고등학교 시절 이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라고 했는데 제대로 못 썼는지 D학점을 받았다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