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기기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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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내 인생은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즐겨 말합니다. 이젠 아기를 낳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창 일할 때면 하루라도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하드웨어, 에버노트나 아사나 같은 앱 없는 삶을 상상하기도 어려웠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철저하게 디지털 라이프는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고요.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지만, 이것들은 마치 '뇌의 연장선' 처럼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많는 것을 효율적으로 "자동화" 할 수 있을까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새로운 앱이 소개될까 일주일에도 몇번씩 앱스토어와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그러던중 들었던 몇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 모든 기어(Gear)들이 정말 내 삶을 효율적이고 윤택하게만 하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거진 하루 24시간을 연속하여 아이폰을 손에 쥐고 쉴 새 없이 들여다보는 것이 정상인걸까? 휴대폰이나 태블릿의 배터리가 방전이라도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자제하며 자신을 돌아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답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한 권의 특별한 책이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기기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알렉스 수정 김 방의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를 소개합니다!

 

 

도대체 나는 얼만큼이나 필요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컴퓨터나 태블릿, 휴대폰을 들고 있는 동안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일을 하는 시간의 비율은 창피하리만치 낮습니다. 대부분이 '아 맞다 그거나 찾아볼까?' 혹은 '이게 뭐였더라'로 시작한 인터넷 서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혀 다른 샛길로 새어버린 시간들이니까요. 가끔은 인터넷 창을 앞에 두고 뭘 하려던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멍하게 있다가 전혀 다른 기사를 읽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평균 몇 분마다 한번씩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확인하거나 트위터 멘션에 답변을 하고 휴대폰에 설치된 몇 개의 메신저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말입니다. 메일함에는 읽어야 할 메일과 답변해야 할 메일들을 표시한 깃발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고... 이런 "딴 짓"이 디지털 시대에서 더 무서운 이유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닥 나쁘다고 여기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득 당신은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고 느낀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찾고 친구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이런저런 일로 끊임없니 산만하게 만들면 정말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누가 찾지 않아도 당신 스스로 할 일을 제쳐두고 엉뚱한 사이트를 뒤질 때도 많다. 그러다 원래 하려던 일을 다시 하려면 처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최근에 실시한 여러 조사나 현장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하루에 3분에서 15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머리말 중, 16 페이지)

저자는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이익 만큼이나 대단한 것을 우리로부터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집중력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인 "멀티태스킹"이 있습니다. 저자는 애초부터 우리에게 멀티태스킹은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합니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로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바로 "스위치태스킹"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멀티태스킹이란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생산적이고 두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하는 사람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산만하게 하며 기운이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아주 비생산적이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말하는 활동은 대부분 두 번째 것이다. 좋은 멀티태스킹은 석기 시대의 멀티태스킹이다. 그것은 사람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멀티태스킹이다. (89 페이지)

두 번째의 멀티태스킹이 바로 잘못 이해된 스위치태스킹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스위치태스킹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이라도 저녁식사를 하면서는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스마트폰의 푸쉬 기능을 통해 우리는 24시간 내내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2G폰을 쓸 때만 해도 잘 때 휴대폰을 꺼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배터리 수명이 오히려 현저하게 줄어든 스마트폰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인해 깊게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증이 새로운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집중력을 잃게 되었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더이상의 아날로그적 삶을 꿈꿀 수 없다 하더라도 '디지털 바보'가 되는 것만은 막자는 것이죠. 산만함 대신 집중력을, 명상을, 몰입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너무 당연했던 개념들이 이제는 새로이 다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집중하여' 의식의 내용을 제어하는 능력은 좋은 삶을 꾸려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점을 이해하면 왜 수시로 산만해지는 버릇이 큰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혹은 이것저것 물어오는 사람들이나 고객이나 아이들처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방해받을 때, 또는 저절로 생긴 방해 요인이나 자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한 탓에 끊임없이 방해받을 때는 결국 이런 만성적인 산만함 때문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런 산만함은 생각의 사슬을 끊어낼 뿐 아니라 자신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게 만든다. (69 페이지)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관조적 컴퓨팅을 위해, 혹은 디지털 기기가 가져다주는 산만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시금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라는 조언입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인터넷을 하지 않고 스위치태스킹을 막으려 다시금 프로그램이나 앱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딘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인터넷도 심한 중독 중 하나이지만 스스로가 마음을 다지고 몇 시간이고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야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앱과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야 다행이지만 그 사실 자체가 조금은 슬플 것 같네요.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관조적 컴퓨팅'은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고 디지털 시대의 산만함을 이겨내기 위한 저자의 제안입니다. 관조적 컴퓨팅에는 여덟가지 원칙이 있는데 읽고 곧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그야말로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야' 하는 것들입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죠. 스스로가 디지털 중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하긴 누가 스스로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까요! 적어도 인정은 하지 않으려 하겠죠) 관조적 컴퓨팅의 세계로 들어가기엔 아직 버릴 것이 참 많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정신없이 육아를 하느라 짬을 내어 휴대폰으로 이것 저것 찾아보는 것이 대단한 낙인 요즘은 더더욱 그렇고요. 심지어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육아했던 엄마들은 얼마나 심심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니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네요.

생각보다 어렵게 읽히던 책이었기에 읽는데도 다시 소화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답니다. 책의 내용을 다시 곱씹고 실행하기까지는 또 다른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이슈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나 스스로가 누구인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생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 하나. 앞으로 십 년이 지난 후 다시 이 책을 읽으면 그 땐 어떤 느낌일까요? 그동안 세상은 얼마나 많이 변해있을지, 사람들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봅니다. 조금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존하고 있길, 미련하고 바보같아 보이는 우직함과 인내심이 남아있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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