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공부해서 아나운서 되기 - 당신의 내면을 직면하고 진정한 꿈을 찾아라
정용실 지음 / 나무생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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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상당히 갑작스럽게 사이버 대학에 출강하게 되었습니다. 클래스를 가르치고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카메라 한 대만을 두고 강의를 하려니 처음에는 어찌나 식은땀이 나고 발음이 꼬이던지, 첫 녹화 때 실언한 것으로 재미있는 어록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어이없는 실수들이 많았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지 이제 만 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언어에 그렇게 큰 자신이나 자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것도 많았고요. 다행히 학기가 지나면 지날 수록 조금씩 익숙해지긴 했는데 자신의 강의를 모니터하면서 "내가 저렇게 안좋은 습관이 있었나?", "너무 발음을 우물거리는데" 혹은 "저런 행동이나 말버릇이 정말 신경쓰이는구나" 등 정말 다양한 고쳐야 할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보면서 아쉬운 점이 참 많더라고요.

그 후 서점을 오가면서 우리말 발음을 연습하거나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책들을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답니다. 아나운서나 성우 학원이라도 등록하지 않으면 안되나 실망하다가 듣게 된 신간소식! 이미 우리들에게 여러 "국민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정용실 아나운서가 <혼자 공부해서 아나운서 되기>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굳이 아나운서에 지원할 것은 아니어도 제대로 말하고 카메라 앞에서 능숙해지고 싶은 저에게는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답니다. 그야말로 "어머, 이 책은 읽어야 해!" 였죠!



아나운서는 뉴스 읽는 기계가 아니다


뭔가 우리말 발음에 대해서, 목소리 관리에 대해서, 또박또박 읽는 법에 대해서 읽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한 후 꽤 오랫동안 기대했던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목차를 보았을 때는 이게 아니었는데, 혹시 책의 내용을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저자는 초반에 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이야기에 지면을 할애합니다. 어떻게 아나운서가 되었고 어떤 시련과 역경에 마주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나운서가 된다" 정도의 비결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저자의 이야기는 자신조차도 오해하고 있었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지는 비중과 의미, 그리고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필자가 아나운서 생활을 하는 20여 년 내내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20 페이지)

우리는 흔히 아나운서라고 하면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전형적인 미인의 얼굴을 가진 (그리고 늘씬한 몸매를 겸비한) 여성을 생각하곤 합니다. 글을 또박또박 읽을 수 있으며 우리말과 발음에 능한 그런 사람 말이죠. 저자는 바로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담긴 진정한 가치와 소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방송 생활과 여러 방황, 대학원 과정을 통해 깨달은 방송인으로써의 비전은 아나운서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지성과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배움을 가져왔고, 이후 그녀는 멘토의 입장에서 여러 후배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아나운서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고유의 의미와 의식변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답니다. 단지 외적인 요소를 보고 아나운서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보다 더 큰 내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아나운서 정용실, 인간 정용실


언제나 깔끔하고, 아름답고, 완벽해보이는 아나운서의 모습만 보고는 그들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너나할 것 없이 “후천적 미인”이 되는 요즘 세상에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부터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무엇보다도 아나운서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차세대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준비가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만들어진 완벽함이 아닌 내실있는 방송인이 되는 것.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당장 공채에 합격하거나 뉴스를 읽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을 개발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를 계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아나운서의 자질들 대부분은 사설 학원 등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어디에서 배울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삶’이란 엄혹한 현실에서 배울 수 있다. ‘위기 대처 능력’이란 것은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고도의 집중력에서 나오고, ‘공감’이란 사람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나오며 방송에서 구사하는 ‘언어’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읽고 쓰고 말하고 들은 것들이 고스란히 축적되어 나오는 적나라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72~73 페이지)

어렸을 때부터 외향적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카리스마 있게 나서는 것을 좋아하던 저자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로써의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역경을 마주할 때마다 이것이 과연 자신의 길이 맞는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조금 더 나은 자신’을 계획하고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방송이, 아나운서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문이 하나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이 보였다. 그리고 한길을 가기 위해 때로는 다른 문들을 슬쩍슬쩍 넘겨다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이 사실만은 전해주고 싶었다. (38 페이지)


혼자서 어떻게 아나운서 준비를 할까?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이 책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실질적인 테크닉이나 방법보다 내면의 자아를 깨닫고 자신을 계발하는데 할애하고 있지만, 그 후에는 기다리던 본격적인 아나운서를 향한 트레이닝이 시작됩니다. 물론 말하고 듣는 음향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려니 상당히 많은 부분에 있어 타협하고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글자의 색상이나 기호(예를 들어 크게 띄어 읽기 혹은 들숨, 날숨 등)를 사용하여 상당히 효과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확실히 이 부분에서 그간의 교육 경력이 빛을 발하는 듯 했습니다. 절대적인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읽어도 조금만 생각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발음이나 예문에 있어서 해당하는 MP3 파일이 담긴 CD가 첨부되어 있거나 QR 코드로 인터넷 상의 음원 파일을 들을 수 있다면야 더욱 좋았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단순한 경제/행정적 문제가 아닌 “스스로 연습하고, 깨닫고, 해내는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의도에 의해 생략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생각하던 “볼펜을 물고 발음을 연습하는 것”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었는데, 확실히 사람에 따라 의견 차가 나겠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믿고 있다 해서 무작정 따라할 것은 아니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는 겨우 하루 이틀 열심히 운동하고 적게 먹어놓고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해 비정상적으로 운동량을 늘이거나 (혹은 너무 적게 먹거나) 아니면 지쳐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고, 수치화 할 수 없는 아나운서 트레이닝의 특성상 독해나 발음, 리딩 연습 역시 이러한 비건설적 패턴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매일 매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발전을 이루기 어려운데 천리 길을 한 걸음부터 가기에는 마음이 앞서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루 연습했다고 얼마나 전과 달라지겠는가?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앞서 듣지 않았는가. 설사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도망가거나 피하지 마라. 다시 자리에 앉아라. 오늘이 쌓이고 하루하루가 쌓여야 제대로 된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있을 수 없다. 계단을 올라가듯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히 올라가는 것이다. 한 계단 한 계단, 건너뛰지 말고 차근차근 밟으며 올라가야 한다. (78~79 페이지)

생각해보면 결국 음악도, 방송도, 세상의 어떤 일도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당장의 이익이나 성과에 얽매이다 보면 발전할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은 마치 흩날리는 눈송이와 같아서 땅에 내려앉자 마자 사그라드는 것 같지만 그 작은 알갱이가 쌓이고 쌓이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말을 잘 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고 싶으면서도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전무했던 자기 자신을 반성해보는 계기도 되었답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발음과 독해 능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결심도 했고요. 원하던 여러가지 지식과 함께 (굳이 아나운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조언을 얻었던 유익하고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차피 크게 성공할 것도, 실패할 것도 없는 인생인데 무엇이 두려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랴. (4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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