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플랜북 - 한 권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세계여행
김동국 외 지음 / 미호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외국생활 때문인가 저는 누구보다 집을 사랑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했답니다. 일주일내내 집에 있어도 전혀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아늑해서 좋았어요. 타지생활을 하다보면 집이 그립고, 고향(?)이 그리웠으니까요. 그래서 공연이나 콩쿨, 세미나 등으로 다른 도시에 다닐 때면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 늘 방에 콕 박혀 있었답니다. 지금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에요. 

8년 전, 결혼하며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되었을 때의 마음은 '여차하면 다시 나가서 살지 뭐~ 이제 동반자도 있겠다, 얼마나 좋아?' 였는데... 세상에. 다시 나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유학이나 이민은 고사하더라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느껴진답니다. 이제 아이까지 생기고 나니 더더욱 그렇지요. 
그래서인가, 아니면 드디어 철이 들어가는 것인가(?) 요즘에는 참 여행 생각이 간절하답니다. 하다못해제주도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도 설레고 행복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다른 곳에 가서 고생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아이가 조금 큰 지금은 고생 좀 하더라도 새로운 곳을 보고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세계여행 플랜북>은 이런 저에게 단비같은 책이었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제로 세계여행(혹은 대륙여행)을 한 다섯 팀(!)의 실질적인 경험담과 팁이 실려있어 언제 올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여행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어요. 

7월 초, 결혼기념일을 맞아 제주도에 2박 3일 다녀오면서 깜지 쓰듯 여행 계획을 빼곡히 짜봤답니다. 아들도 웬만큼 커서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기도 했고 숙소에만 콕 박혀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여행이 폭풍을 동반한 장마 때라 비가 올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수를 따져 꼼꼼하게 시간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시간표를 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먼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이나 바꿀 수 없는 일정(비행기나 기차 시간표, 숙식 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려면 경험이 좀 쌓여야 할 것 같았답니다. 처음부터 장기간의 세계여행보다는 몇 주, 혹은 몇 달 정도의 여행을 하며 스스로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연습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놀랐던 것은 세계여행이 의외로(?)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단 일주일 유럽여행 여행사 코스에 몇백 만원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세계여행을 하려면 적어도 집과 재산을 다 팔고(?!) 떠나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고급 액티비티를 서너 개 포함해서 2년 일정에 3500~4000만원이라니, '이거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구나!' 싶었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가능하지 않다 하더라도 목표를 가지고 꿈꿔볼만한 목표가 된 것 같아요. 
게다가 저자들이 제안한 루트뿐만 아니라 아낌없이 전수한 노하우와 함께 직접 원하는 일정을 짜볼 수 있기에 "맞춤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남부 프랑스의 코타주르라던가, 크로아티아의 리예카 등 제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도시들은 아쉽게 빠져있었지만 저자들이 가르쳐준 것을 참고해서 루트를 짜면 충분히 여행일정 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확실히 가고 싶은 도시는 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책의 대부분을 도시를 소개하는 데 쓰고 있긴 하지만 앞뒤로 수많은 노하우를 공개한 이 책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여행에 들고 다니기엔 이 책은 꽤나 묵직합니다(저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가방에서 빼야 할 물품이기도 하지요 ㅎㅎ). 혹시나 해서 eBook으로 출간되었을까 찾아봤더니 아직이더라고요. 만약 전자책으로 출간된다면 꼭 다운받아서 가져가고 싶은 "세계여행 잡학사전"같은 책이었답니다. 언젠가 올 지 모르는 인생 버킷 리스트를 꿈꾸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