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저녁을 먹고 나서 또 엄청나게 긴 저녁시간이 남아 있었다.. 보통 우리 신랑은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집으로 온다... 그가 오면 바로 저녁을 먹고,, 저녁을 먹는 시간은 길지 않다..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나면 보통 7시에서 7시 30분쯤이 된다..그러부터 자기 전까지의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길게 느껴진다..우린 채 10시가 되기전에 보통 잠이 든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잠들기 전까지인 밤 10시까지의 시간도 보내려면 힘이든다.. 보통의 집 같으면 저녁시간 동안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겠지만,,우린 그럴수 없다.. 한국에 있다면 보통 10시 시간대엔 TV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많이 보여주겠지만 우린 그걸 볼수 없으니 그 시간이면 잠자리에 드는거다..
우린 아직 집에 TV가 없다..여기 온지 이제 4달째가 되어 가는데 TV가 없을뿐더러 그걸 구입할 계획도 아직은 없다.. TV를 보며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TV 속 그들이 웃는다고 나도 같이 웃을수 없고,,드라마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것이고,, 뉴스를 본들 그게 내게 와 닿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의 필요 품목에서 제외된 것이다..TV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긴 하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가끔씩 다운 받은 영화를 노트북을 통해 보게된다..
어제도 역시나 많이 남은 저녁 시간을 우린 뭐하며 보낼까 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영화 한번 보는데 정말 힘들었다..난 이 영화를 알라딘에서 먼저 알게되었고,,그리고 나서 내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영화의 별점을 검색하는 일이다..아주 괜찮은 별점인걸 확인하게 되면 그 다음에 다운을 받게된다..
어제는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그는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자고 하고, 난 "타인의 삶" 을 추천했다.. 근데 그는 내가 추천한 영화가 보기 싫단다..이유는 재미가 너무 없을것 같단다.. 그러면서 기어이 "천하장사 마돈나"를 트는거다.. 그 영화도 나도 보고 싶다고 해서 다운 받은것이긴 하지만 어젠 난 "타인의 삶"이 너무 보고 싶었다..내가 며칠전부터 계속 그걸 보자고 했는데,,그 동안 계속 그는 내 얘길 안들어 준거다... 난 그 영화가 꼭 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보다 그가 그렇게 내 얘길 안들어주는게 너무 얄미워 나도 끝까지 우겼다.. 그가 켠 "천하장사 마돈나"는 노트북에서 계속 나오고 있고,, 난 보지 않겠다며 혼자 보라고 얘길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그러니 우리 신랑은 날 빤히 쳐다본다.. 왜 그러냐고.. 그래서 난 얘길했다.. 왜 내가 보고 싶단건 보지 않는거냐면서..내가 그걸 보고 싶다고 열번은 넘게 말했을것 같은데 왜 내 얘긴 들어주지 않는거냐고,, 왜 니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거냐고.. 그러니 그는 멍한 표정이다.. 그렇게 아무 얘기않고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눈물이 흐른다.. 그러니 그는 얘길한다.. " 근데 왜 우는데??" 그러면서 막 웃는다...그는 그 상황이,, 또 내가 너무 웃긴단다.. 그렇게 그런일로 우는 내가.. 이건 영화를 보러 갔는데 내가 보고 싶은거 안 본다고 우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그런다..그래서 난 대답했다.. 난 영화보러 가서 그런 일로 운적 없다고...
내가 운 이유는 뭘까... 내 얘길 들어주지 않는 그가 얄미워서 별것도 아닌데 그런걸 들어주는 않는 그가 얄미웠던 거라 생각한다.. 그런 나의 의견이 그에게 접수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던거라고 생각한다..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유치했단 생각이 든다.. 왜 그런일로 난 울었을까...그런 얘길 하는데 그와 마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그 상황에서 우는 건 좀 웃긴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눈물을 내가 멈출수는 없었다..그냥 흘러내린거다..
어쨌든 어제 우린 "타인의 삶"을 봤다..그는 영화를 보는 중 종종 "지루해.." , "잠 들것 같아..", "니가 보자는 영화는 언제나 이렇게 지루하냐?"란 얘길 했다.. 난 그의 그런 이야기에도 꿋꿋이 영화를 봤다.. 나도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엔 좀 지루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긴 했었다.. 사실 영화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그렇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도청을 하는 그가 도청을 당하는 그들에게 빠져들듯이...
영화는 아주 훌륭했단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울면서까지 우겨서 볼만큼...나의 눈물이 아니였음 보지 못했을 아주 가슴 아픈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