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 엄마는 우리가 시험 기간일때를 제일 좋아했다.. 우린 시험치느라 긴장속에서 사는데,,우리 엄마는 우리들이 시험기간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유는 그 며칠동안은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어서라고.. 지금은 다들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으니 그러지 않겠지만 예전 내가 학교 다닐땐 직접 도시락을 싸서 들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하루에 우리 네명의 도시락을 쌌던것 같다..

이제 난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단지 도시락을 싸는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매일 싸야 하는 도시락 반찬이 엄마를 힘들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단지 도시락이 아니라해도 매일 오늘은 뭘 해먹을까... 고민하는것도 힘든데,, 도시락은 더 힘든듯 하다.. 집에서 먹는 반찬이야 국이나 찌개를 끓일수도 있고 뭐든 가능하지만 도시락은 제한되는것들이 많다... 일단 국이나 찌개는 데워먹어야 하니 도시락에 싸기엔 적합하지 않고,, 또 그에 앞서 그런것들은 국물이 흐를수 있으니 안된다.. 그렇게 되면 국물이 있는 다른 반찬들도 모두 싸기엔 곤란해진다.. 예를 들면 뭐 장아찌라던지,, 김치라던지.. 물김치도 안되다.. 하긴 김치는 냄새때문에라도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학교다닐땐 김치 같은건 싸 갔던것 같다...그리고 그땐 대체로 밥을 싸고 반찬은 반찬통에 따로 싸서 다녔었다.. 그냥 밥에 밑반찬들을 싸서 다녔었다..

요즘 내가 예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된건 우리 신랑의 도시락을 싸 주면서 부터이다..우리 신랑은 여기 와서 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처음 이틀쯤은 도시락을 싸지 않았었고,, 그 뒤론 계속 도시락을 싸서다닌다.. 그래서 내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지가  3개월째를 지나고 있다..도시락을 싸는건 생각보다 귀찮고 고민스런 일이다.. 매일 반찬을 뭐 싸야 할까를 고민해야하니깐..처음 도시락을 싸 가기로 결정했을땐 언제나 도시락은 샌드위치로 메뉴를 정했었다.. 그걸 정한건 우리 신랑이다.. 그래서 식빵도 큰걸 사고 햄도 큰걸 샀었다.. 근데 우리 신랑 샌드위치 이틀 먹더니 못먹겠다고 그런다.. 배가 차지도 않을 뿐더러 느끼해서 못먹겠단다.. 그래서 다시 밥으로 메뉴를 바꿨다.. 근데 거기엔 한계가 있다.. 샌드위치도 마찬가지겠지만,, 밥의 한계는 더 크게 느껴진다.. 왜냐면 샌드위치는 좀 다르게 하더라도 그게 그거란 생각이 나도 우리 신랑도 같이 공감하지만 밥으로 메뉴가 바뀌고는 나의 생각은 그대로인데 우리 신랑은 그렇지 않은듯 했다..왜 반찬이 거의 똑같냐고 반응하는 우리 신랑.. 밥을 싼다고 하더라도 국물이 있는걸 제외한고 마른반찬도 제외시키고 그러다 보면 언제나 볶음밥과,, 덮밥,,또 카레나 짜장 그 안에서 언제나 순환하게 된다..근데 우리 신랑은 그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우리 신랑 생각한다고 그냥 밥에 마른 반찬을 싸는 그런 도시락은 싸지 않았는데- 그렇게 국물도 없이 밥을 먹으면 얼마나 목이 매이고 넘어가지 않을까 나름 배려해준건데...- 한번은 일주일동안 거의 소고기 볶음,, 닭 볶음,, 버섯 볶음,, 그런 식으로 주 재료만 바뀐 똑같은 요리법의 도시락을 싸 준적이 있다.. 그랬더니 왜 매일 반찬이 똑같아?? 라고 그러더군.. 예리하기는.. 그래서 주 재료는 모두 다르다고 난 대꾸했다.. 사실 볶음밥을 하더라도 굴소스로 볶는지,,그냥 올리브유에 볶는지도 서로서로 조금씩 다른데.. 우리 신랑은 알지 못한다.. 나의 그런 미묘한 변화를..ㅋ또 저번주에는 불고기를 재어 조금씩 나눠 냉동실에 넣고 있으니 와서 보고는 "다음주엔 불고기 반찬 많게는 세번쯤 싸겠네.." 그런다.. 그런 그가 짜증이나서 속으로 결심했다. 다음주에 불고기 반찬 한번도 싸지 않겠다고...

그러더니 오늘은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데,, 들어와 보고는 " 그래.. 볶음밥이 한번 나올때가 되었지..왜 안나오나 했다.." 그런다.. 난 볶음밥 하려고 어제 저녁에 냉동실에 있던 새우까지 내려두는 수고를 했는데도 몰라주고 그렇게 밉게 말하는게 짜증이나서 "오늘 도시락 없다"라고 얘길했다..그랬더니 자긴 그런 의도로 얘기한거 아니라며 억양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그런다..                    "그게 아니고 넌 왜 몇가지 종류 안에서 도시락 반찬을 로테이션 시키고 있느냐.. 그러니깐 이제쯤 볶음밥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냐.. 그런 의도의 발언인거 아니야?"라고 그에게 얘길 했더니 아니란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그런다.. 도시락 싸달라고...

난 이번 기회에 그의 이런 버릇을 고쳐야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아침을 먹고 설겆이를 다 끝내고도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그는 음식을 먹는데 있어 입이 좀 짧다.. 왜 남자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런 그의 습성도 고쳐야 하고,, 그래서 그가 출근한다고 부지런을 떠는데도 끝까지 주지 않았더니 삐쳐서는 출근한다는 아침 뽀뽀도 없이 그냥 나가버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있는 그에게 난 현관문에서 왜 삐쳤느냐?? 삐칠일이 뭐가 있느냐?? 도시락은 사먹으면 되는거 아니냐? 그래도 계속 삐쳐서 말도 안한다.. 정말 속이 좁기는.. 그래서 내가 도시락 싸줄테니 들어오라고 얘길 했더니 그제서야 웃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왜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냐고 그런다..참,,,,,,,, 먹는거 가지고 장난친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그러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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