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 - 화폐와 금리부터 부의 축적 원리까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본주의 수업
더나은삶TV(채수앙)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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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출시된 옷, 새로 나온 스마트폰, 오늘 새로 선보인 음료,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 따끈한 신상품만큼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도록 하는 게 있을까. 하지만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의 저자 채수앙은 경고한다. 따끈따끈한 신규상장 주식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말이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했다면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Exit)를 해야 합니다. (중략)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의미는 이미 앞에서 투자한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식시장에 팔아치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 상장을 하려고 할까요? 매출과 이익이 피크를 찍거나 폭발적인 성장세가 마무리되었을 때쯤에 팔아치우려고 하겠죠. (중략) 왜냐하면 이전 투자자들이 주식을 제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평소 관심 있던 기업이 신규상장을 한다는 소식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투자하지만, 그 이후부터 기업은 작은 악재에 큰 폭락을 거듭합니다.

- 본서 185쪽


   으잉? 이제 막 상장된 으리으리하게 잘 나가는 회사 주식은 엄청 좋은 게 아니었던가? 저자는 모든 신규상장 주식이 폭락하는 건 아니지만, 함정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준다. 주식이나 재테크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나는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를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고 수없이 무릎을 쳤더랬다. 자본주의 사회체제 아래 살면서 재테크라면 예금이 전부인 줄 알 정도로 돈이나 경제에 대해 아는 게 너무도 없던 나는 -드디어- 경제학 입문 교양수업 같은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고, 이걸 읽기로 한 내 선택이 얼마나 잘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큰 책이었다.


   이 책은 크게 PART 6으로 나뉘어져 있다. 인류의 역사 중 자본주의가 발전되어 온 경제사를 통해 자본주의란 무엇인지 살펴보는 PART 1, 돈과 화폐의 역사를 훑어보며 돈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보는 PART 2, 신용 사이클을 통해 경제의 흐름과 정부 정책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보는 PART 3, 여러 금융상품과 투자 전략이 나와서 머리가 살짝 아플 뻔했던 PART 4, 처음엔 자기 계발 철학의 역사가 여기 왜 있을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자본주의와 자기 계발 철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던 PART 5, 끝으로 부의 축적 원리 중 근본적인 사실들만 정리되어 있어 실속있게 느껴졌던 PART 6, 이렇게 총 여섯 개의 챕터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역사적으로 패권국의 몰락에는 화폐가치의 하락이 반드시 동반되었다는 것은 -이 책 PART 1과 PART 2에서도 배웠듯-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 달러가 한가득 풀려있는데도 미국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은커녕 굳건히 잘 살 수 있던 이유에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비롯한 여러 비화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는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사이클로 움직인다거나, 돈을 밝히는 건 천박한 것이라는 나의 사고방식은 정착 농민적 화폐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증권사 광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데다 은행에서 안전하다며 권하기도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은 한 번의 주가 휘청임만으로 원금을 통으로 날리는 몹시 위험한 조건부 상품이라는 점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고 있었을 사실이다.



사람들은 진짜 부자에게는 분명 배울 것이 있다고 여기며 추종하는데 여기에도 분명 위험이 존재합니다. 먼저 이들의 성공이 운에 의한 것인지 진짜 실력에 의한 것인지 증명되지 않습니다. 자산시장은 똑같은 매매 방법으로도 언제 진입했느냐에 따라 큰 부자가 되기도 하고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중략)

포르셰, 한강 뷰 아파트를 보여주고, 슈퍼개미라며 통장을 보여주고 성공한 사업가라며 나를 현혹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시기 바랍니다. 돈을 벌게 해준다는 값비싼 비밀문서, 비밀 모임, 비밀 노하우는 없습니다. 그들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미 성공의 비법이나 관련 분야의 핵심 지식들은 가까운 도서관에 쌓여 있으며 모두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 본서 272~273쪽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조차 11세 때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쉼 없이 공부하고 훈련을 거친 끝에 지금의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지게 되었다. 배경지식 없이 나를 현혹하는 사람들의 지갑이나 채워주며 시작한 투자는, 그 끝이 분명 좋을 리가 없다.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듯 '세상은 늘 요동치고 변화하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늘 발생'한다. 빚투에 성공한 사람은 운이 좋아 상승 사이클을 잘 탄 것일 뿐, 이런 사람에 현혹되어 이제 상승 사이클이 변곡점으로 향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빚투를 시작하는 사람의 말로 또한 뻔하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본질 및 돈의 특성을 여러 분야에 걸쳐 짧지만 직관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 덕분에 나의 경제관념이 +20 정도는 오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돈에 대한 감각을 조금씩 일깨워줬달까. 철저하게 정착 농민적 화폐관으로 살아온 내가 책을 다 읽어갈 무렵 '그래서, 위험해 보이는 투자 및 재테크를, 시작하는 게 과연 괜찮은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자, 저자는 이내 귀띔해준다. 도박을 두려워하면 부자가 되긴 힘들 거라고, 사업과 투자는 도박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박을 두려워하면 부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이다.

   네, 그래요. 저도 이제 유목민적 화폐관을 탑재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보겠습니다, 저자님.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알려준 이 책의 저자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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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진짜학습지 회화편 - 하루 10분! 영어가 저절로 외워지는 새로운 공부 습관
이시원.시원스쿨 영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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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경, 한 지인은 내게 새해를 앞두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교재가 자신에게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평소 지인에게서 기초 영어 실력이 심히 부족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본인도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시원스쿨에서 '진짜학습지' 시리즈로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른 언어들에 이어 <영어 진짜학습지 회화편>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지인의 고민을 떠올렸고, 이 책을 체험해 보며 지인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인지 아닌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영어 진짜학습지 회화편>은 '기초 문법' Day 20, '기초 발음' Day 20, '입문 회화' Day 40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부록으로 '회화 필수 240문장 쓰기' Day 80, '영어필기체 쓰기'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하루 분량씩 낱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Day'는 총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학습지 속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은 원어민 발음을 들을 수 있도록 무료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부분이 다소 불편하게 되어 있다).



   내가 이 학습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는 '기초 발음'이었다. 어렸을 때 파닉스를 세세하게 따져가며 배웠던 기억이 없는데, 이 학습지에는 영어 발음 학습이 기초부터 제대로 나와 있어서 무척 만족스럽다. 특히 '기초 발음' 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 단계로 '영어 발음 학습 전에 알아 둘 것'이라는 4쪽짜리 안내 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에 영어 발음에 관한 중요한 지침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안내 페이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국어와 영어 알파벳의 태생적 차이에 의한 발음 차이를 확실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어 전용 문자 체계인 한글과 달리 영어뿐 아니라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사용하는 알파벳은 영어에만 최적화된 문자 체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영어로 말할 때는 알파벳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이 핵심적인 내용과 함께 long vowel은 '알파벳의 이름을 그대로 읽어주는 소리'이고 short vowel은 '알파벳의 소리와 상관없이 만들어 내는 소리'라는 중요한 차이를 콕 집어준다. 이런 내용을 이제야 배우다니, 학창 시절 영어 선생님들은 대체 내게 뭘 가르친 것인가아아앗....!



   나는 기초 발음과 동시에 기초 문법 공부를 진행하고 있는데, Day 1부터 시작해서 현재 Day 5까지 공부한 상태이다. 이만한 수준이면 기초 문법을 다시 다지려는 성인 영어 학습지로는 부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학창 시절 영어 공부를 거의 안 했던 지인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지인에게 '기초 문법' Day 1을 시켜봤는데, 기초 이론 공부 후 '오늘의 문제'까지 다 푸는데 무려 40분 넘게 걸렸다. 학습지 커버 전면에 '하루 10분! 영어가 저절로 외워지는 새로운 공부 습관'이라고 적혀 있는데, 생초보 영어학습자들이 이 학습지의 하루 분량을 10분 만에 푸는 건 무리이지 않나 싶다. 홍보 문구를 '하루 대략 30분!'이라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기초 문법' 편을 풀다 보면 시원펜으로 모든 예문을 들으면서 말하기 연습을 해보라는 안내가 계속 나오는데, 시원펜을 살 생각이 없는 학습자들을 위해 QR 코드를 만들어두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다. '기초 발음'과 '기초 회화'에는 원어민 음원 QR 코드가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학습지를 구입한 후 따로 MP3 음원을 받고 싶은 학습자는 시원스쿨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하고, 가입을 하려면 하기 거북한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 학습지 속에 시리얼 넘버를 제공해서 시리얼 넘버로 구입 인증을 확인하고 다운로드 받고 싶은 학습 자료를 마음껏 받을 수 있게끔 개인정보 보안과 편의성을 강화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학습지 커버 표지와 커버 속지에서는 학습 과정을 '기초 문법 → 기초 발음 → 입문 회화'로 제안하고 있고, 학습지 커버 뒷면에는 '영어 진짜학습지 단계별 학습 로드맵'이라고 해서 기초 발음, 기초 문법, 입문 회화 순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영어초보자에겐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특히나 커버 속지에는 '영어 진짜학습지 회화편 16주 완성 학습플랜'이라는 이름 아래 16주 과정을 '기초 문법 → 기초 발음 → 입문 회화' 순서로 체계적으로 정리해놨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어초보자는 커버 뒷면에서 안내하고 있는 '기초 발음 → 기초 문법 → 입문 회화' 순서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문법보다는 발음이 영어의 기초 중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어렵게 느껴지는 영어를 재미도 없는 기초 문법부터 잡고 앉아있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지인은 어쨌든 자기 수준에 맞다(고 우기)며 이 학습지를 구매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기초 문법' Day 1에서부터 발견되는 오타나 위에서 언급한 커리큘럼 안내의 혼선, 학습 자료 제공의 편의성을 좀 개선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이런 단점들이 없어진다면 국민 영어학습지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리뷰는 시원스쿨에서 도서를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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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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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가 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가속노화 사이클의 악순환과 그 근본적인 해결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가속노화를 늦추는 해결책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내재역량 관리를 제안한다. 여기서 '내재역량'이란 2015년에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개념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를 말한다. 이 내재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써 저자는 미국병원협회와 미국노인병학회에서 만든 4M을 살짝 수정한 '이동성 Mobility', '마음건강 Mentation', '건강과 질병 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 What Matters', 이렇게 네 가지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4M 건강법을 의학 및 과학적 측면은 물론 경제학, 인문학, 종교적 측면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한다. 4M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4M의 도메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선순환을 통해 가속노화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계속 강조한다. 책 내용 중 몰입을 방해하는 단순당과 탄수화물은 수면제와 마찬가지이며 몰입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은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라는 사실이나, 근력이 개선되는 실제 주요 기전 및 '다양한 근육을 적당한 강도로 자극하는 일반인 수준의 근력운동은 웬만해서는 근섬유를 손상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알고 있던 통념 몇 개가 와장창 부서졌고, 이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적절한 운동으로 이동성을 건강하게 유지하라, 자세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운동도 소용없다, 상업적으로 쏟아지는 도파민 자극원 중독에서 벗어나라, 마음챙김으로 마음을 돌보며 마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훈련을 하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식습관 좀 올바르게 만들어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자원을 잘 형성하라, 소비자본주의의 세뇌와 잘못된 소비 습관에서 벗어나라,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져서 노후를 든든하게 대비하라. 그냥 헤드라인만 읽으면 뻔해 보일 이런 다양한 해결법을 이 책은 뻔하지 않게 독자를 설득하고 있어서 꽤 흥미롭다. 저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4M 건강법을 여러 연구 결과를 들이밀며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데, 책 전체에다 밑줄을 긋지 않는 게 되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설득력이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뇌에 작용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에서 네오가 빨간약을 먹어 매트릭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중독의 굴레와 거짓말을 직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사례는 몸의 염증을 줄이고 체내 독소를 배출해준다는 '해독주스'다. 어떤 재료를 갈고 짜 넣든 간에 탄수화물을 액체로 만들어서 들이켜면 즉각적으로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이 분비되며 곧바로 혈당이 떨어지기 때문에 몸이 정화될 리가 만무하다.

- 본서 174쪽


   생활습관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며 드러난 현상만 고치려 하는 다른 의사들과는 다르게 가속노화의 원인을 한 도메인에서만 찾지 않고 환자의 삶을 다면적으로 분석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현 노년내과 전문의인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특히 책에서 틈만 나면 불교의 삼독(인간의 고통을 만드는 근원)인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언급하며 이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그의 가치관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또한 대개의 자기계발서에서 한 가지 습관만을 더 열심히 유지하라고 강조하는 것에 반기를 들며, 생활습관 개선을 방해하는 방치된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자세는 무척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자꾸만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가 도파민 리모델링을 제대로 해내서 정제곡물을 끊을 수 있긴 할까, 빵이 이렇게나 좋은데?', '안팎에서 MIND 식단을 현실적으로 지켜낼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재감염률 상승과 더불어 치명률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이 시국에 책에서 말하는 대로 오프라인 모임 참여를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 과연 가당키나 할까? 강한 연대(가족)도 약해지고 있음을 느끼는 마당에...', '헬스장 가기가 여전히 두려운데...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로 운동 습관 형성이 그리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으려나? 집에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걸!'

   이러한 내 마음을 읽어낸 듯 저자는 말한다. 겹겹이 쌓여있는 정신적 걸림돌을 극복해야만 일상생활을 다면적으로 개선하는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능을 따르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에 유의하라고. 많은 사람이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을 따르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기본 심리 때문이라고. 귀찮더라도 그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능동적으로 행동에 나서십시오, 그리하면 급속하게 골골대는 노년이 아닌 느리게 늙어가는 활기찬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터이니!


   지금 거기서 '난 이미 글러먹은 것 같아, 이리 살다 죽을래'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조언 또한 저자는 잊지 않았다. 아래에 인용할 테니 깊이 새겨들으시라.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해보길 바란다. 노화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보는 눈이 동시에 달라질 테니.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 아니라, 고장 난 자신을 상당 기간 돌보아야 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자.

- 본서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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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 베이식 아트 2.0
프랑크 죌너 지음, 최재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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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화가가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길 원한다면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창조자다. (중략)

사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질이나 실재로서, 혹은 상상의 산물로서 존재하며 화가는 그것을 먼저 자신의 마음으로 파악한 후 손을 통해 그려낸다.


- <회화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연초마다 으레 찾아오는 무기력감에 빠진 요즘의 내게, 누군가 옆에서 위의 말을 했다면 "그래, 말은 쉽지. 말로는 뭔들 못해?"라고 맞받아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 말을 한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서, 지난 주말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읽다가 저 구절에서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크 죌너가 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타셴(TASCHEN) 베이식 아트 2.0' 시리즈 중 하나이다. 1985년부터 출간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인데, 나는 이번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처음 접했다. 2005년 한국어판보다 판형이 커졌다는데 그 덕분에 레오나르도의 대표작을 더 큰 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행운이었다.


   이 책은 96쪽이라는 적당한 분량에 레오나르도의 일생과 대표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견습 시절: 피렌체 - 초기의 미완성 작품 - 새로운 출발: 밀라노 - 자연과학자 레오나르도 - 밀라노의 궁정화가 레오나르도 - 편력 시대 - 거장들의 대결: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 만년'이라는 여덟 개의 목차로 깔끔하게 나누어져 있다. 전체 내용이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장황하게 긴 편도 아니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쉼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1452년 피렌체 공화국의 빈치에서 서자로 태어나 1469년에 피렌체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견습생으로 전문 미술 교육을 받은 지 대략 3년 만에 직업화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 후 1519년 눈을 감을 때까지 피렌체, 밀라노, 프랑스, 베네치아, 로마 등지에서 미술뿐만 아니라 건축 및 군사 고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로 거듭난다.


   라파엘로가 초상화 제작의 규범으로 삼았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인 [모나리자]를 비롯해, 이 책을 읽다 보면 [수태고지], [암굴의 성모], [최후의 만찬], [흰 담비를 안은 귀부인]과 같은 레오나르도의 여러 대표작을 큰 도판으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굉장한 대표작보다 내 마음을 더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이는 바로 그의 천재적인 드로잉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습작 및 스케치이다.


드로잉에 대한 레오나르도의 순수한 관심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짧고 강한 펜의 선묘를 사용하여 대상의 동세를 잘 표현한 작지만 눈길을 끄는 스케치였다. 이러한 드로잉은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면서 레오나르도의 개성 있는 회화적 상상력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드는 자유로운 연습 과정이기도 했다.


- 본서 8쪽


   원근법 습작, 동물 습작, 자연 풍경 습작, 구도 스케치 등 회화를 제작하기 위한 드로잉을 비롯해 비행기 스케치, 군사 무기 도면, 건축 설계도, 풍경 조감도, 인체 비례 및 해부학 드로잉 등 레오나르도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드로잉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 과다한 열정이 그의 미술 업적에는 독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열정 가득한 자연과학자스러운 성향은 수학과 기하학에 몰두하느라 회화 작업을 거북이 속도로 진행하게 할 정도였고, 주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천천히 작업하는 화가를 위한 콩쿠르가 있다면 레오나르도가 분명 우승할 것이다"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레오나르도의 다방면에 걸친 호기심과 열정 때문에 미술에 쏟을 시간과 열정을 빼앗겼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나는 그의 이런 면모 덕에 레오나르도의 회화 작품이 동시대에 활동한 다른 화가들보다 한층 더 뛰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모나리자]의 굉장한 입체감을 보라. 리자 여사가 신비로운 미소로 금방이라도 그림에서 튀어나와 내 손을 이끌 것만 같다. 이렇게 빼어난 3차원적인 표현은 동시대의 그 어떤 화가도 넘볼 수 없는 경지이지 않은가.


   연초의 무기력증에서 어떻게 벗어나 볼까 하다가 읽어보게 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는 뛰어난 관찰력과 예술적 상상력으로 수준급의 드로잉 실력을 키워나갔다. 레오나르도의 엄청난 소묘력 뒤에는 아마 수많은 습작 시간으로 채운 노력이 있었겠지? 매사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에서 빚어진 시행착오로 결국 망쳐버린 [앙기아리 전투]와 같은 사례를 비롯해 과한 열정으로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대고 미완성으로 남겨둔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그는 숨을 거둘 때까지 다양한 연구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게 한 그의 추진력이 참 부럽고, 그 원동력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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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반찬 걱정 없는 책 - 한 가지 재료로 매일 새로운 반찬과 국, 찌개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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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 가기가 두려운 요즘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수제 반찬 사 먹기도 겁나고, 맛집 가서 테이크아웃 해오기도 겁난다. 때마침 사 먹는 반찬이 슬슬 물리기 시작했겠다, 식비도 아낄 겸 재료별로 알뜰하게 요리할 수 있는 요리책을 찾다가 <365일 반찬 걱정 없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방금 말했다시피 반찬 레시피를 재료별로 모아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책은 크게 'PART 1.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드는 매일 반찬', 'PART 2. 특별한 날 생각나는 별미 반찬', 'PART 3. 육류·생선·해산물로 만드는 일품 반찬', 'PART 4. 상차림이 더욱 근사해지는 국·찌개·한 그릇 요리', 이렇게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감자, 가지, 오이, 양파와 같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채소류를 비롯해 육류 및 해산물 등등, 이 책에는 33가지 재료로 만든 삼백 개가 넘는 레시피로 꽉 차 있다. 재료별 레시피 첫머리에는 제철에 맞춰 신선하게 재료 고르는 법과 보관법을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이 요리책을 다 훑어보고 느낀 건데, PART 1과 PART 2는 나누지 않고 그냥 한 파트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왜냐하면 PART 2에 별미라고 나온 요리들이 PART 1에 나오는 반찬들과 마찬가지로 기본 반찬에 속하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 기본 조리도구 및 계량법, 재료 써는 방법과 같은 기본적인 팁을 수록해놓음은 물론, 조리 과정 사이에 주의 사항과 꿀팁을 배치해 요리법을 잘 따라올 수 있게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또한 '장보기 노하우'와 '장 보는 장소 소개'를 따로 마련해 냉장고 크기에 따라, 가족의 집밥 식사 스타일에 따라 장을 보는 방법을 설명해놓았으며, 냉장고와 팬트리 정리법까지 적혀 있다. 어떻게 하면 과소비를 덜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중복 구매를 최대한 막고 재료가 상해서 버리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한 다양한 팁을 알려주려는 저자의 세심함이 듬뿍 느껴진다. 이뿐만 아니라 유튜버인 저자에게 들어온 요리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자리 또한 마련해 요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깨알같이 정리해놓았다.

   저자의 꼼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책 끄트머리에 친절하게 넣어둔 인덱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인덱스를 '조리법'과 'ㄱㄴㄷ' 순, 이렇게 두 번 분류해서 수록해둔 것이다. 책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저자의 배려는, 수많은 요리 초보들이 이 책을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참으로 잘 만든 책이라고 느끼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단점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책 속에서 알려주고 있는 레시피의 분량이 3~4인 가족 1회 식사 분량이라는 거다. 1인 가구 레시피 분량도 함께 제시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든다.



   유튜브를 위시한 동영상 플랫폼이 대세인 요즘에도, 완성된 요리 사진 한 장에 레시피 설명이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불친절한 요리책이 여전히 출간되곤 한다(혹은 요리 과정 사진을 겨우 한두 장 곁들여서 말이다). <365일 반찬 걱정 없는 책>은 요리 과정별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콤비를 잘 이루어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끔 구성해놓아서 참 좋다. 터무니없이 오르는 물가에 입맛을 잃었다며 대충 때우려고 하기보단, 이런 알찬 요리책과 함께 더 건강하고 더 알뜰살뜰하게 반찬을 만들며 나를 돌보아야겠다. 힘겨운 상황일수록 밥심이 필요할 테니까. 이 책이 내 집밥 라이프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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