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 (스프링) - 매일 아침, 나를 응원하는 자기 확신의 언어 365
이평 지음, 모리 일러스트 / 포텐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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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막힐 듯 더운 여름 속에서 숨 막힐 듯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어느새 이 계절까 달려왔다. 올해가 벌써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니. 시간이 언제 이만큼 흘러가 버렸는지, 놀랍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다. 내년엔 올해보다 나를 좀 더 잘 보살피기 위해, 2024년 데일리북으로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를 선택했는데, 현재 느낌으론 잘한 선택인 듯 보인다. 이 책은 매일 편하게 넘기며 읽을 수 있게 일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하루에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라 이 일력 앞을 지나칠 때마다 긍정적인 응원의 메시지에 여러 번 노출될 수 있어서 좋다.


'다 잘될 거야' 말고

'오늘 좀 못하면 어때,

결국엔 잘될 건데'라고 생각해봐.

어때? 한결 기분이 좋아졌지?


- 1월 9일


   저자 이평은 이 만년 일력으로 처음 만난 작가인데,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베스트셀러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꽤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글 곁에는 모리(MoLEE)라는 작가의 포근한 그림이 자리 잡고 있어 일력이 덜 단조롭게 느껴진다. 1월부터 12월까지 대략 읽어봤는데, 읽으면 힘이 되는 경구로 그득하다. 마음에 와닿는 메시지 사이로 다소 오글거리거나 뻔한 글들이 몇몇 보이기도 하지만, 나를 응원하는 데에 그런 뻔하고 오글거리는 메시지라고 힘이 되지 않을 리 있을까(애초에 그런 뻔한 말조차 자신에게 잘하지 못해 스스로를 미워하는 악순환을 일삼아 왔거늘). 일력에는 저자가 직접 쓴 글 외에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니체, 사마천, 발타자르 그라시안, 노자와 같은 옛 명사의 금언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현시대에 출간된 책의 내용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현존하는 명사의 경구도 실려 있다.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이런 응원의 말이나 삶의 지혜를 때때로 단 하루로 끝내지 않고 며칠씩 이어가며 읽는 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다정한 친구가 매일 응원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줘서 기운이 더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달까.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보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


- 4월 30일 (*노자, <도덕경> 중에서)

누구나 그런 사람을 사랑해.

내 안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해준 사람.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말이야.

내가 변화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거야.


- 9월 2일


   대략 읽어봤음에도 눈 안에 쏟아진 긍정의 언어 덕에 어느새 마음이 위로가 됨을 느꼈다. 내년 데일리북으로 읽기로 한 책이건만, 집에 도착한 날부터 매일 이 일력과 함께하고 있다. 11월 9일인 오늘의 메시지는 "이별이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 실패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더 바보."이다. 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오늘 종일 마음에 새긴 이 말을 내일도 모레도 곱씹으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이 일력으로 매일 꽃을 건네듯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며, 스스로 응원하는 법을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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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바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바다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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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다의 색상인 푸른색을 사랑했습니다.

누군가 뒤피의 청량한 푸른색을 보고 이렇게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마치 눈으로 포카리스웨트를 마신 것 같다."

참으로 공감되는 표현입니다.


- 본서 34쪽


   본문의 저 누군가는 라울 뒤피의 [천사들의 해변](1927)을 보고 한 말일까? 흠, 나와는 생각이 다르군. 나는 라울 뒤피의 작품을 봤을 때보다 본서 <화가가 사랑한 바다>의 표지로도 사용된 에드워드 호퍼의 [큰 파도](1939)를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눈으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있는 듯 그 청명한 푸르름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기자기함과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라울 뒤피의 그림도 분명 매력적이긴 하나, 나는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풍에 좀 더 마음이 간다. 물론 밝게 빛나는 바다와는 대조되게,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부표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느껴지는 현대인의 단절과 고독감을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갑갑한 마음을 힐링하고 싶어 펼친 책이었건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캔버스 속 바다에 우울한 정서를 쏟아낸 화가들의 작품에 마음이 더 움직였다. 위에서 언급했듯 바다에 외로움을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라든지, 이별의 아픔과 고독을 담아낸 뭉크,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 속 광막한 바다를 바라보는 인물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몽환포영, 어머니의 사망 이후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베르나르 뷔페의 먹구름 가득한 바다 그림 등. 책 속에서 쓸쓸함을 간직한 바다 그림에 계속 이끌리는 나를 보아하니 왠지 지금 내가 가진 바다가 어떤 모습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한 척의 작은 배와 같다.

파도는 계속해서 덮쳐오고 또 밀려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때로는 부딪히고 다시 일어서면서

간신히 조종간을 잡고 있는 것이다."


- 베르나르 뷔페, 본서 131쪽


   이 책의 장점을 하나 꼽자면, 글이 적다는 거였다. 평소 미술책을 읽을 때는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는데, 이 책은 그 반대였다. 글밥이 적을 뿐만 아니라 담백하기까지 해서 그림에 온전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에드워드 호퍼, 에드바르 뭉크,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등 도슨트 정우철의 짧은 작품해설이 같이 실린 18명의 화가 외에도 알프레드 스테방스의 [월광](1885)처럼 해설 없이 작품만 실린 화가 아홉 명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 아홉 명 중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비센테 로메로 레돈도라는 화가의 작품들은 특히나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인상 깊었던 화가를 단 한 명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반 아이바좁스키를 꼽겠다. 책 속의 18인 중 마지막에 자리 잡고 있는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작품 [일몰](1866), [무지개](1873)를 보고 있노라면 '바다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님이 확연히 느껴진다. 또한 그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연 거장은 이래서 거장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다. 아무나 넘볼 수 없는 높은 완성도를 가졌음에도 '미완성의 바다'라고 자기 작품을 칭한 이반 아이바좁스키나, 외롭고 고독할 때면 바다를 찾아 그림을 그렸던 책 속의 화가들을 보며 그들도 결국 나와 똑같은 미완성의 인간이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은근히 위로를 준 책, <화가가 사랑한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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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주식 공부해야 한다 1 : 실적개선주 편 - 아들에게만 전하고 싶었던 부자 아빠의 평생 투자 법칙 아들아, 주식 공부해야 한다 1
박민수(샌드타이거샤크)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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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나는 그동안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던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들아, 주식 공부 해야 한다>라는 뭔가 절절한 마음이 살짝 느껴지는 제목의 주식 투자 서적은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유튜브의 침착맨 채널에 나와서 구독자들에게 눈도장 확실히 찍었던 여의도 증권유관기관 24년차 직장인 박민수, 필명 '샌드타이거샤크'가 지은 -알고 보니 네 번째- 책이다.


   '실적개선주 편'이라는 부제가 붙은 <아들아, 주식 공부 해야 한다 1>은 '재무제표 및 공시 편'인 <아들아, 주식 공부 해야 한다 2>와 함께 나온 책이다. 증권계좌조차 없는 내가 심화편인 2권을 볼 단계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먼저 1권을 읽어보았다.



   가치투자를 위한 실적개선주를 발굴하는 방법을 주로 다루고 있는 1권은 총 7장으로 나뉘어 있다. 주식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을 일깨워 주는 1장 및 7장을 비롯해 주식 매매 기초지식과 실적개선주를 찾는 법, 리스크를 최소화한 안전한 투자 방법에 속하는 배당주·ETF·스팩·리츠에 관한 정보로 나머지 장이 구성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이클 산업이나 테마주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예시와 243개에 달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과거 기업 차트로 설명하며 실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어떤 식으로 오르고 내리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적자기업이 아닌 실적개선주를 찾아서 장기간 보유하며 손실이 나면 저점 매수도 하면서 차익이 크게 날 때까지 기다려서 성공한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주식 투자가 무척 심플해 보인다. 저렇게 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돌발 변수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아마 이 책을 읽지 않고 목차만 본 사람들은 이 책의 핵심이 5장 '실적개선주 핵심만 분석하는 5단계 종목분석표'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이 책을 열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5장은 앞선 챕터들의 짧은 요약본에 가까울 뿐이라는 걸 알 것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 한다면, 1장에는 흔하디흔한 마음가짐을 적어놨을 거라 지레짐작하며 건너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1장은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7장 또한 내가 마치 사랑받는 아들이 된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아버지의 입장에서 주식 투자와 인생을 대하는 마인드에 관해 세세하게 코치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기술적이거나 이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앞으로 마음 편한 투자를 하게 될지 재산과 건강을 다 잃는 투기를 하게 될지가 달려있다. 결단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주식 투자는 -저자가 첫 장에서 언급한 대로- 본업에 들이는 시간 못지않게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임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뉴스를 보고, 저녁마다 투자노트를 쓰고, 증권사 리포트를 분석하고, 종목분석을 하는 등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을 읽은 후 약간은 늘어난 주식에 관한 지식으로 주식 투자가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올 줄 알았는데 도리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보다 오히려 겁이 더 생겨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뒷걸음질 칠 생각은 전혀 없다. 일단 이 책을 3회독 하는 것부터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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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
쇼난 ER 지음, 장은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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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요일 새벽. 나는 자다가 불현듯 눈을 떴다. 화장실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똑같은 이유로 깨어나 화장실에 몇 번 더 다녀온 후, 연이어 발생한 갑작스러운 설사 사태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왜 이러는 걸까?'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였다. 전자는 답을 얻기 힘든 질문이었지만, 후자는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을 펼쳐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은 일본의 쇼난 가마쿠라 종합병원 구명구급센터의 'ER의' 네 명이 합심해서 만든 응급처치 안내서이다. 책 속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 구급의는 중증 환자의 집중 치료를 하는 '구명구급의'와 경증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모든 초기 치료에 대응하는 'ER의'로 나뉘는데, 책의 저자들은 이 'ER의'에 속한다.



   혹자는 인터넷만 되면 곧바로 검색해서 알 수 있는데 굳이 왜 이런 종이책을 집에 두려고 하냐고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온라인 정보 과잉 시대에 내가 굳이 종이책으로 된 이런 응급처치 안내서를 집에 두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 중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은근히 잦기 때문이었다. 응급처치가 당장 필요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인터넷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ER의'가 증상에 따라 분류해서 만든 이런 응급처치 안내서를 즉시 펼쳐 활용하는 것이 시간적인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Chapter 5로 나뉘어져 있는데, 가정이나 야외활동에서 발생하는 외상이나 질병, 혹은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병원으로 가기 전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안내하고 있다. 증상명 아래에는 증세와 대처법에 관한 주요 내용을 먼저 정리해 놓고 '일단 이것부터 확인', '진료가 필요할 땐 어디로?', 'ER 잡학사전', '응급처치', '이것에 주의하자'와 같은 항목을 따로 마련해 응급도에 따라 대처할 수 있도록 증상에 관한 주요 체크사항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설명해 놓았다. 또한 군데군데 만화를 수록해 증상에 따른 구체적인 상황과 그 대처법을 더 쉽게 이해하게끔 돕고 있다. 이 책에는 경련이나 AED(자동 심장 충격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호흡곤란과 같은 중증에서부터 가시가 박혔거나 손가락이 접착제로 붙었을 때처럼 가벼운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응급처치가 안내되어 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응급처치 또한 증상별로 다양하게 실려 있어서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이 책이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서 말한 갑작스러운 설사 증상에 나는 곧바로 이 책을 펼쳐보았고, 책에 안내된 대로 지사제 복용은 하지 않고 물로 열심히 수분 보충을 하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렸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나는 경증일 것으로 판단되었는데, 실제 진행 경과도 그랬다. 이 책 덕분에 빠르고 손쉽게 내 증상을 판단할 수 있었기에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곁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책을 만난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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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 미술 -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이선 도일 화이트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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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손엔 물그릇을 들고 다른 손엔 월계수 가지를 든 채 트랜스 상태에 있는 델포이의 여사제 피티아의 표정에 이끌려, 홀린 듯이 읽기 시작한 <이교도 미술>. 부제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의 시각 자료집'이 말해주듯 이 책에는 기독교 이전과 이후의 다신교적 우주관을 지닌 이교도들을 비롯해 신화와 전설에 관한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이교도 미술>은 '신과 여신, 신화와 전설, 신성한 자연'으로 이루어진 1부 고대의 관습, '성스러운 장소, 마법, 신탁과 점술'로 나눠진 2부 종교적 의식, '축제, 체현된 신앙, 여행'으로 나눠진 3부 공동체,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위카, 드루이드교, 히든, 산테리아, 부두교 등 다양한 이교도 신앙이 담겨 있는 <이교도 미술>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신비로운 상징물과 매력적인 작품들이 반겨줘서 모든 파트에서 호기심이 일었지만, 이 중에서 특히 내 흥미를 끌었던 건 '마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기독교 이전 시대의 고전적 도상圖像은 유럽 기독교도들이 가진 마녀에 대한 인식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적 세계관은 마녀를 마귀와 연관시킴으로써 마법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데 영향을 주었다. 근대 초기까지 대부분의 유럽 기독교도들은 마녀가 광범위한 반기독교적 음모 세력의 일부라고 믿었다. (···)

마녀재판은 18세기에 들어와 사회의 교육받은 계층에서 회의론이 일자 대부분 잦아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악인이라는 마녀에 대한 공포는 근대 초기에 볼 수 있었던 사탄이라는 강력한 과시적 요소 없이도 20세기 초까지 끈질기게 지속되었다. (···)

많은 공동체에서 생소하게 여겨졌던 '착한 마녀'의 개념은 20세기 이후부터 점차 뚜렷해졌다. 신자들이 자신들을 공공연히 '마녀'라고 부르는 현대 이교도 신앙 위카가 등장한 덕분이다.


- 본서 140~141쪽


여러 면에서 '마녀'라는 용어의 재정의는 현대 이교도들이 '이교도'라는 용어를 재사용하는 것과 닮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수백 년 동안 부정적 함의로 쓰이던 어휘를 차용하여 기독교의 지배를 받은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된다.


- 본서 148쪽


   '페이건 pagan', 즉 이교도라는 개념은 기독교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교도라는 단어는 소멸된 기독교 이전의 전통과 현대 페이거니즘 종교, 혹은 현존하는 비아브라함계 전통 종교를 모두 포함한다(그래서 이교도라는 단어보다는 '전통 종교'로 순화해서 말하는 게 합당하다). 기독교로 대변되는 아브라함계 종교는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선 전쟁도 불사할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특히 우상 숭배, 즉 물질계를 인정하는 전통 종교를 향한 박해는 잔인하리만큼 집요했다. 기독교는 뿔 달린 신을 사탄으로 몰고,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라고 우기며 대략 6만 명이나 처형시키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 안타깝게 희생된 이 사람 중 대다수는 -19세기와 20세기 초 몇몇 학자들과 민속학자 마거릿 머레이가 시사했듯- 기독교 이전 전통 종교와 관련이 있었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기독교의 이런 행태로 인해 상징이 와전되거나 말살된 전통 종교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인도의 힌두교나 일본의 신도처럼 기독교가 완전히 근절하지 못한 전통 종교가 전 세계에 꽤 된다. 저자는 책 속에서 현대의 다양한 이교도 신앙은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지역의 기독교 이전 신앙을 부활시켜 오늘날에 맞게 변용하려고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오래된 기록을 토대로 기독교 이전에 존재했던 전통 종교의 명맥을 이어 가려고 하는 전 세계의 다양한 현대 이교도들을 보며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건, 내가 단지 비기독교인이라서가 아니라 인류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인 '페이건'을 재사용함으로써 기독교를 향해 날 선 의지를 드러내는 그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가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리라.



   책을 읽다 보면 허버트 드레이퍼의 멋진 작품인 [이카로스를 위한 애도]를 비롯해 페테르 파울 루벤스, 로렌스 앨마 태디마,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 작은 크기로 딱 한 작품밖에 못 봐서 아쉬웠던 알폰스 무하, 환상화로 유명한 주세페 아르침볼도 등등 다양한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품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이다. 신화와 전설에서 따온 이미지를 많이 그렸던 워터하우스의 아름다우면서도 환상적인 작품들 덕분에, 책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3부의 '체현된 신앙'에서 보았던 그리스·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충격과 공포의 날개 달린 남근 모양 청동 부적이 아니라 워터하우스의 [힐라스와 요정들] 속 아름다운 요정들이었던 건 참으로 다행이었다.


   단순히 시각 자료집인 줄 알고 접근했던 <이교도 미술>이건만, 매력적인 이미지들 못지않게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다양한 전통 종교의 신념 및 세계관, 실천 방식 및 종교의식을 생각보다 밀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이들 종교가 가진 다양한 차이점뿐만 아니라 꽤 많은 공통점을 알아갈 수 있었다. 책 속에서 한국은 딱 두 번 언급되는데, 그 두 번마저도 모두 한국 무당에 관한 짧은 언급이었다. 틈만 나면 등장하는 일본과 인도의 전통 종교와 신화 및 전설에 비해 한국의 그것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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