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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
쇼난 ER 지음, 장은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지난 일요일 새벽. 나는 자다가 불현듯 눈을 떴다. 화장실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똑같은 이유로 깨어나 화장실에 몇 번 더 다녀온 후, 연이어 발생한 갑작스러운 설사 사태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왜 이러는 걸까?'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였다. 전자는 답을 얻기 힘든 질문이었지만, 후자는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을 펼쳐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한 응급처치법>은 일본의 쇼난 가마쿠라 종합병원 구명구급센터의 'ER의' 네 명이 합심해서 만든 응급처치 안내서이다. 책 속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 구급의는 중증 환자의 집중 치료를 하는 '구명구급의'와 경증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모든 초기 치료에 대응하는 'ER의'로 나뉘는데, 책의 저자들은 이 'ER의'에 속한다.

혹자는 인터넷만 되면 곧바로 검색해서 알 수 있는데 굳이 왜 이런 종이책을 집에 두려고 하냐고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온라인 정보 과잉 시대에 내가 굳이 종이책으로 된 이런 응급처치 안내서를 집에 두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 중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은근히 잦기 때문이었다. 응급처치가 당장 필요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인터넷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ER의'가 증상에 따라 분류해서 만든 이런 응급처치 안내서를 즉시 펼쳐 활용하는 것이 시간적인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Chapter 5로 나뉘어져 있는데, 가정이나 야외활동에서 발생하는 외상이나 질병, 혹은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병원으로 가기 전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안내하고 있다. 증상명 아래에는 증세와 대처법에 관한 주요 내용을 먼저 정리해 놓고 '일단 이것부터 확인', '진료가 필요할 땐 어디로?', 'ER 잡학사전', '응급처치', '이것에 주의하자'와 같은 항목을 따로 마련해 응급도에 따라 대처할 수 있도록 증상에 관한 주요 체크사항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설명해 놓았다. 또한 군데군데 만화를 수록해 증상에 따른 구체적인 상황과 그 대처법을 더 쉽게 이해하게끔 돕고 있다. 이 책에는 경련이나 AED(자동 심장 충격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호흡곤란과 같은 중증에서부터 가시가 박혔거나 손가락이 접착제로 붙었을 때처럼 가벼운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응급처치가 안내되어 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응급처치 또한 증상별로 다양하게 실려 있어서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이 책이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서 말한 갑작스러운 설사 증상에 나는 곧바로 이 책을 펼쳐보았고, 책에 안내된 대로 지사제 복용은 하지 않고 물로 열심히 수분 보충을 하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렸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나는 경증일 것으로 판단되었는데, 실제 진행 경과도 그랬다. 이 책 덕분에 빠르고 손쉽게 내 증상을 판단할 수 있었기에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곁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책을 만난 것 같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