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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면역력을 키우려면 가공식품을 버려라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식품첨가물을 멀리하려고 노력한 지도 꽤 되었다. 아마도 그 시작점은 과거 TV에서 우연히 들었던 '라면이 대사증후군을 일으킨다'는 한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명 과자 회사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자기 자식들의 간식은 손수 만들어 먹인다는 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들은 걸로 기억하는 이 문장은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때부터 나는 가공식품에 들어간 첨가물에 예민해졌고, 그동안 먹어왔던 가공식품을 안 먹거나 가끔 과자를 먹더라도 성분을 따지며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첨가물이 든 가공식품을 멀리하려고 노력한 지 꽤 된 나조차도 국민과자라고 불리우는 새우 스낵의 그 자극적인 맛이 이따금 생각나고, 그립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과거 TV에서 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아저씨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책을 스스로 찾아서 읽곤 한다. 최근에 읽은 책은 과거 나를 식품첨가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해준 그 아저씨가 쓴 게 아닐까 싶은,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이다.
총 네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인슐린 호르몬'의 입을 빌려 말하듯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종종 간곡히 호소하듯 말하고 있어서 측은해 보이기도 하는 인슐린...). 챕터 속 소제목으로 나뉜 각각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계되는 구성이 많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이해도 잘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식품첨가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출중한 필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안병수 아저씨의 내공에 꽤 감탄했다.

첫 번째 챕터에선 인슐린이란 무엇인지, 인슐린저항은 왜 생기는지, 어쩌다 현대에 생활습관병이 팬데믹처럼 창궐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또한 인슐린저항을 비롯해 '현대판 전염병'이자 생활습관병으로 불리는 대사증후군, 고인슐린혈증,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근경색, 암 등이 인슐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개괄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나머지 챕터인 '맛있는 것들의 비밀', '식탁 위의 가짜들', '내 몸을 지키는 식생활'에서는 식품첨가물인 정제당, 정제가공유지, 화학물질에 어떤 것들이 있고 이것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도하게 가공된 정제당과 정제곡류, 정제가공유지, 감미료, 합성색소, 향료, 단백가수분해물, MSG, 인공경화유, 인공조미료 등등.... 책을 읽은 후 내 머릿속엔 유해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표제어로 가득 차 떠날 생각을 안 한다. 그 종류가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조금은 골치 아프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동기엔 몹시 부합한 결과라 나는 무척 흡족해하고 있다.
매년 약 50만 톤이 소비되는 캐러멜색소라든지, 이온음료를 비롯해 의약품에서도 무분별하게 쓰이는 타르색소, 가공육의 아질산나트륨 등 평소 식품첨가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첨가물이 책 속에 대거 나열되어 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다 중요하게 느껴지고 전부 인상 깊지만, 다음 두 가지 내용은 꼭 짚어주고 싶다.
먼저 천연첨가물에 대해 고찰해보자. 콜라에 들어 있는 캐러멜색소는 천연첨가물로 분류되어 있고, 최근에 당 걱정 없다고 연신 광고하고 있는 커피믹스 속에 들어 있는 스테비아 역시 천연감미료이다. 요즘 가공식품 전성분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향료도 천연향료다. 합성색소 말고 천연색소도 많이 쓰인다. 이들은 다 건강한 천연첨가물일까? 대답은 No. 콜라처럼 어두운 색감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캐러멜색소는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여럿 사용된다. 천연향료와 천연색소도 같은 맥락이다. 천연향료는 합성향료와 만드는 방법만 다를 뿐 높은 농도의 화학물질들이 섞여 있다. 천연색소에는 이런저런 보조 화학물질을 섞는다. 천연감미료 스테비아(스테비올배당체)는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자 인슐린저항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암물질이 섞인 캐러멜색소가 들어간 콜라가 왜 지금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을까?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 MSG는? 언론에선 왜 대대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을까? 이는 저자가 언급한 사카린에 관한 이야기와 유사하다. 사카린(사카린나트륨)은 그동안 발암성으로 국내에 논란이 많았다. 그러다 얼마 전 사람의 몸에서 암을 일으키지 않고 실험동물에서나 암을 일으킨다는 기묘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고, 그 결과 어린이 식품에까지 쓰일 정도로 흔히 쓰이는 첨가물이 되었다. 감미료이기 이전에 소독약 또는 방부제로 사용되어 온 물질이 말이다. 미국공익과학센터에서는 사카린을 꼭 피해야 할 첨가물로 지정해놓았을 정도다.
광고계의 큰손인 거대 콜라 회사, MSG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쓰는 다국적 기업, 단맛을 가장 값싸게 낼 수 있는 첨가물이라 식품 업계에서 좋아하는 사카린,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가? 그렇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바로 '로비' 덕분이다.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로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연구비를 식품 업계로부터 절대 지원받지 않고 연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양심적인 학자들이 있는 반면 회사나 식품 업계의 로비를 등에 업고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비양심적인 학자들도 많다. 이게 모두 소비자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이득에만 눈이 먼, '생산 편의주의 사고'만 앞세운 기업들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자가 나쁜 게 아니라 나쁜 과자가 나쁜 것이라고. 라면도 마찬가지다. 내가 집에서 끓여 먹는 수제 라면이나 착한 라면집도 얼마든지 있다. 저자가 책에서 계속 강조하듯 '자연식품 철학'을 살린 가공식품이 더 흔한 세상이었다면 지금처럼 우리 몸의 호르몬과 면역력이 이렇게까지 위협받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식품첨가물에 깐깐하게 굴며 자연식품 철학을 살린 가공식품만 선택하려고 한다면 기업들의 태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이 건강해지려면 우리가 좀 더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굴 필요가 있다.
몸에 좋은 과일도 많이 먹으면 해롭듯, 아무리 천연식품이더라도 당지수(GI)와 당부하지수(GL)를 신경 쓰며 '저당지수 식생활'을 지향해야 우리 몸 안의 호르몬이 제대로 일을 한다. 그동안 우리가 입에 들어가는 걸 똑똑하게 신경 써 왔다면 인슐린 호르몬이 이렇게까지 고통받지 않았을 텐데. 편리함이나 가격만 챙기지 말고 오늘 한번 내 몸이 하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오늘날에도 신문고가 있다면 크게 울리고 싶습니다. 꼭 좀 제 생각을 해달라고요. 아니, 여러분 몸 안 생각을 좀 해달라고요. 제품 라벨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여러분이 라벨을 살피면 업체는 여러분의 눈치를 살핍니다. 업체가 여러분의 눈치를 살피면 첨가물의 검은 그림자가 점점 흐려집니다. 결국엔 없어지죠. 이 시대에 식생활 안정을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 본서 21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