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 - 아이디어를 소설로 빚어내기 위한 15가지 법칙
제시카 브로디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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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를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 보기로 읽어본 순간, 얼마 전 꾼 꿈을 소설로 옮겨보려는 내게 딱 맞는 책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가 첫 소설을 완성했을 때만 해도 플롯 구조에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이 지금 내 처지와 똑같아 더 끌렸다.


   저자인 제시카 브로디는 시나리오 작가인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쓴 인기 시나리오 작문서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분석하고 이를 워크숍 진행으로 검증해본 그 결과물로써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를 썼다. 여기서 말하는 '비트'는 이야기 안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핵심 사건을 일컫는다. 저자는 재미있고 훌륭한 데다 잘 팔리기까지 한 대부분의 소설은 3막으로 나뉜 이 15개의 비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책 속에 나열한 비트 순서가 아닌 약간 뒤섞였더라도 결과적으론 전부 들어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플롯, 구조, 캐릭터 변화'를 이야기의 성 삼위일체라고 칭하며, 첫 번째 챕터에서는 읽을 가치가 있는 주인공으로 캐릭터를 설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두 번째 챕터에서는 세이브 더 캣 비트 시트를 소개한다. '명제, 정반대, 통합'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3막' 속에 묶어놓은 15개의 비트는 1막의 '오프닝 이미지' 비트로 시작해 마지막 15번째 비트인 3막의 '마지막 이미지' 비트로 끝을 맺는다. 이 15개의 비트 속에는 외적인 A 스토리와 내적인 B 스토리가 어우러져 있다.

   이에 더해 저자는 '세이브 더 캣 장르'라고 명명한 10가지 장르를 소개하며, 장르별로 어떻게 써야 할지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각 장르에 해당하는 유명한 소설을 15개의 비트로 분석하며 말이다. 참고로 세이브 더 캣 장르는 일반적인 장르 분류법과는 약간 다르다. 여기에선 이야기의 범주, 즉 캐릭터 변화 유형이나 핵심 주제에 따라 장르를 나눈다. 가령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서점에서 로맨스 소설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책에선 약자의 승리에 관한 이야기인 '바보의 승리'라는 장르로 분류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판타지 장르가 아니라 '슈퍼히어로' 장르로 분류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바로바로 적용해서 글을 써보려고 하다가, 저자는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분석했다는 걸 '시작하며'에서 발견하고는 생각을 고쳐먹고 이 책을 일단 훑어보듯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세상에, 첫 번째 챕터에 진입했을 뿐인데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는 게 아닌가. 캐릭터 설정에 관해 깔끔하고 재미있는 문체로 눈에 쏙쏙 들어오게끔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작법서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에 대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꾹꾹 참아가며 읽어갔지만, 끊이질 않는 아이디어들이 자꾸만 생기고 꼬여서 커지는 바람에 결국 메모앱을 열고 말았다. 아이디어를 메모하자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우습게도 이 속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회복되었다. 왜냐하면 이내 곧 아이디어가 꽉 막혀 '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훑어보자'라는 초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크흡). 내가 이 작법서를 읽기 전 적어둔 캐릭터 설정은 그다지 큰 결함도 없고 호감도 없고 소설을 이끌어 갈 힘도 미약하다는 걸 깨닫고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막혀버렸다. 하지만 뭐 상관없었다. 비록 초반부터 잘 풀리지 않아 마음에 내상을 좀 입었지만, 이 책은 흥미진진한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었기에 내상 따윈 잊고 책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으니까.


   책을 읽고 나니 주변에 보이는 모든 영화와 소설이 이 책에서 알려준 캐릭터 설정하기와 비트 시트 패턴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있는 영화와 소설'이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의 '로키'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도 세이브 더 캣 비트 시트로 분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모든 훌륭한 작품들이 이 세이브 더 캣 비트 시트에 딱 들어맞을 거라고 맹목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분석해보았던 재미있는 영화와 소설은 이 15개의 비트 시트가 전부 들어가 있었다(소오름!).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를 한 번 훑어본 지금,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과연 신나게 꾼 꿈을 재미있는 소설로 탈바꿈시키게 될지 의문이긴 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말도 안 되는 똥 같은 글이라도 계속 쓰다 보면, 그게 비료는 되지 않을까. 이 책과 함께 비호감투성이인 주인공부터 고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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